‘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전, ‘인신공양’으로 유명한 아즈텍 문명의 진면목 감상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전, ‘인신공양’으로 유명한 아즈텍 문명의 진면목 감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5.23 13:32
  • 호수 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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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인신공양으로 대표되는 잔인성으로만 알려진 아스테카 문명을 280여점의 유물을 통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사진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중 신전을 장식한 ‘독수리 머리 석상’.
이번 전시에서는 인신공양으로 대표되는 잔인성으로만 알려진 아스테카 문명을 280여점의 유물을 통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사진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유물 중 신전을 장식한 ‘독수리 머리 석상’.

한-멕시코 수교 60주년 기념… 멕시코 인류학박물관 소장품 등 280점

‘태양의 돌’ 재현품, 해골선반 ‘촘판틀리’, ‘아쿠아우이틀 검’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아즈텍’(아스테카)을 검색하면 ‘문명’ 다음으로 등장하는 자동검색어가 ‘인신공양’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풍습이지만 ‘적군 포로의 팔다리를 구속한 상태에서, 돌칼로 흉부를 베어낸 후 심장을 꺼내 제단에 바치는’ 아스테카의 인신공양은 잔혹성 때문에 유독 유명하다. 이로 인해 아스테카의 문화는 미개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반면 이들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유럽 정복자들에 의해 왜곡 및 과장돼 전달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엇갈리는 아스테카 문명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과 멕시코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오는 8월 28일까지 진행하는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에서는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 템플마요르박물관과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 박물관 9곳이 소장한 아스테카 관련 유물 208점을 선보인다. 

앞서 중앙박물관은 아스테카 문명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으로 꼽히는 잉카(2009년), 마야(2012년) 문명을 소개하는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아스테카’ 문명은 14~16세기 현재의 멕시코시티 자리에 있었던 도시국가 테노치티틀란에서 융성했다가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1521년 멸망했다. 신(神)들의 희생이 있어 세상이 탄생하고 태양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고, 신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관념이 정치·경제·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 가장 귀한 제물은 인간의 심장이었고 ‘신들의 배설물’이라 불린 금(金)은 가장 귀한 재료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5부로 구성해 관람객이 아스테카 문명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꾸몄다. 먼저 1부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에서는 아스테카 최고의 조각품인 ‘태양의 돌’을 통해 아스테카 사람들이 이해한 세상의 모습과 그들의 신비로운 신화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태양의 돌은 16세기 초 아스테카 왕 목테수마 2세가 제작한 지름 358cm, 두께 98cm, 무게 25톤의 대형 원형 석조물이다. 전시에서는 3D로 정교하게 제작한 재현품과 관련 영상을 소개한다. 약 8분간 이어지는 영상을 통해 아스테카 사람들의 독특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다.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이어지는 2부 ‘아스테카의 자연과 사람들’은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갔던 아스테카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을 살펴본다. 특히 원주민 그림문자로 제작한 ‘멘도사 고문서’ 속 이미지를 활용해 아스테카의 문화를 생동감 있게 소개한다. 

3부 ‘정복과 공물로 세운 아스테카’에서는 멕시코 전역을 하나로 연결한 아스테카의 활발한 정복전쟁과 공물 징수 체계를 살펴본다. 이중 ‘아쿠아우이틀 검’을 눈여겨 볼만하다. 흑요석으로 만든 이 검은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데다가 날이 망가졌을 때 갈아 끼우기도 용이해 기동성이 좋은 무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검을 비롯해 뛰어난 군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스테카 문명은 정복전쟁을 일삼으며 체계적인 공물 징수 시스템을 세워 먼 거리에 있는 도시국가까지 효과적으로 통치했다.

4부 ‘번영의 도시 테노치티틀란’에서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중 하나였던 테노치티틀란의 번성기를 엿볼 수 있다. ‘독수리 머리’ 등 신전을 장식한 부조나 섬세하게 조각된 돌 상자, 화려하게 채색된 토기 등 테노치티틀란의 전성기 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 ‘목테수마 2세의 상자’의 경우 석기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무늬가 선명하게 남아있을 만큼 뛰어난 공예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또 ‘보르지아 고문서’를 통해서는 아스테카 사람들의 우주관이나 천문학, 문자 체계, 의학 지식 등을 살필 수 있다.

마지막 5부 ‘세상의 중심, 신성 구역과 템플로 마요르’에서는 테노치티틀란의 신성 구역을 재현한 모형과 AR기기 등을 통해 아스테카인들의 제의(祭儀)와 그 의미를 들여다본다. 바람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둥글게 만들었다는 바람의 신 ‘에카틀 신전’, 해골 선반 ‘촘판틀리’ 등도 재현했다. 이중 신전 ‘템플로 마요르’ 일대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잔혹한 인신공양이 실제로는 사람들을 지배하고 주변 정치집단을 통치하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보여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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