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37] 사람은 어려운 처지 당해야 진면목 알 수 있다
[채근담 다시 읽기 37] 사람은 어려운 처지 당해야 진면목 알 수 있다
  • 백세시대
  • 승인 2022.06.13 09:43
  • 호수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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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려운 처지 당해야 진면목 알 수 있다

참으로 담백한 성품은 농염(濃艶)한 곳에서 시험을 거쳐야 하고, 참으로 안정된 마음은 어지러운 경지를 거치고 돌아와야 한다. 지조가 안정하지 못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 일단 어려운 처지에 직면하면 품격 높은 선사(禪師)처럼 보이던 자가 수준 낮은 속된 사람이 되고 만다.

淡泊之守, 須從濃艷場中試來, 鎭定之操, 還向紛紜境上勘過,

담박지수  수종농염장중시래  진정지조  환향분운경상감과 

不然, 操持未定, 應用未圓, 

불연  조지미정 응용미원

恐一臨機登壇. 而上品禪師, 又成一下品俗士矣.

공일림기등단  이상품선사  우성일하품속사의

◆만해 강의

사람이 공기 맑고 고요한 산림에서는 담백한 의지와 정취(情趣)를 지키기 쉬우나, 짙은 부귀에 처해 있으면 탐욕이 생겨서 담백한 의지를 지키기 어렵다. 

또 조용한 때에는 그 몸가짐을 안정시키기 쉬우나, 떠들썩하고 복잡한 때에는 생각이 번거로워 몸가짐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담백한 몸가짐을 알고자 하면 아름다움과 부귀가 넘치는 가운데서 시험할 것이니, 그 농염한 가운데서 시험하여 털끝만큼도 탐욕에 물들지 않으면, 이것이 진정한 담백함이다. 또 안정된 지조는 소란한 곳에서 측정해 볼 것이니, 소란한 곳에서 측정해 보아 반 점의 번거로움도 없으면, 이것이 확실한 안정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여 스스로 지조가 완전히 안정되지 못하고 응용하는 힘이 부족한 사람은, 일단 농염한 처지에 임하고 소란한 자리에 오르면 갑자기 지조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이전에 맑고 고요한 곳에서 담백함을 유지하고, 조용한 때에 몸가짐을 안정시키던 뛰어난 선사(禪師)가 실상은 아름다움과 부귀 가운데서 탐욕이 생기고, 소란한 때에 번거로움이 심한 하찮은 속인이 된다. 

비상한 일이 발생했을 때 잘못하지 않으려면 마땅히 아무 일 없는 평상시에 수양에 힘써야 한다.

◆한줄 생각

세상에서 가장 너그럽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줄 알았던 사람이 위기를 만나자 허둥대고 욕설과 온갖 추태를 부리는 일을 간간히 보게 된다. 군자의 흉내만 냈을 뿐 진짜 실력은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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