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으로 고령화 바라보기
입체적으로 고령화 바라보기
  • 관리자
  • 승인 2009.04.17 18:02
  • 호수 1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칼럼] 한정란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한정란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우리는 이미 ‘고령화’라고 하는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고령화에 대한 많은 오해와 무지가 퍼져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고령화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증가함으로써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고령화는 그렇게 단순하고 평면적인 변화가 아니다. 고령화는 훨씬 더 다면적이고 입체적이며 총체적인 변화다. 따라서 고령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령화가 갖는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 그리고 더 나아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봐야 한다.

우선, 고령화는 단순히 고령인구의 수적인 증가에 머무는 양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고령인구의 수준과 문화가 달라지는 중요한 질적 변화이다. 양적인 측면에서 고령화는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며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상대적인 비율이 증가하는 변화이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고령화는 고령인구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 속에서 고령인구의 영향력과 권한도 더불어 커질 뿐 아니라,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고령인구의 학력과 생활수준도 높아지는 변화를 의미한다. 즉, 고령화란 고령인구의 양적 확대와 질적 영향력이 함께 커지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둘째, 고령화가 갖는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고령화란 전체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서 고령인구는 증가하고 청년인구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 100명당 1970년에는 3명 밖에 안되던 데에서 지금은 10명도 넘을 만큼 크게 증가했다.

한편, 고령화는 단순히 사회적인 현상에 머물지 않고 개개인의 삶까지 미치는 중요한 변화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고령화는 인구구조 변화 같은 거창한 수준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서의 변화로서 수명이 길어지고, 노년기가 차지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해방 당시만 해도 고작해야 50년도 채 안됐던 인생의 길이가 80년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그와 더불어 노년기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인생의 5분의 1에서 3분의 1로 크게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고령화는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도, 또 부정적인 변화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만이 지나치리만큼 강조돼 왔지만, 사실 고령화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는 변화며, 고령화의 긍정성이나 부정성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고령화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고령화가 주는 긍정적인 의미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오랜 열망이었던 장수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그런 오랜 꿈이 고령화 사회인 지금 현실로 우리 곁에 와 있다. 또한 고령화는 우리에게 제2의 인생기회를 허락했다. 자녀양육과 직장에 얽매인 이전까지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 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노년기의 연장은 생산의 의무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자원을 갖고 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며,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 젊어서는 가족과 직장에 얽매여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찾기 위한 다양한 여러 시도들을 하고 일생을 통해 쌓은 지혜와 지식을 갖고 사회와 타인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허락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고령화의 긍정적인 측면들은 우리 사회가 고령인구의 증가에 현명하게 대응하고, 개인적으로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노화에 적응해 나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전제 조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고령화는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고령화의 가장 염려되는 측면은 노인복지에 대한 양적인 수요의 증가를 일으켜 사회의 노인부양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의존적인 고령인구가 증가하면, 사회의 노인복지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으며, 고령인구에 비해 생산연령인구가 상대적으로 줄어듦으로써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사회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노부모에 대한 부양부담이 늘어나고, 아무런 대비 없이 맞이하게 되는 노후는 새로운 인생의 기회가 아니라 역할 없는 역할과 무위(無爲)로 인한 고통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즉, 고령화는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도, 또 부정적인 변화가 될 수도 있다. 그 결정권은 바로 언젠가는 노년을 맞이하게 될 우리 모두가 노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노화를 받아들이며, 또 그 노화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고령화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가 서있는 현실이다.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에 고령인구가 점점 더 증가하듯이, 우리 삶에서 노년기도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그리고 고령인구의 증가는 막을 수 없지만, 의존적인 고령인구를 활동적인 고령인구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또 마찬가지로 노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후회스런 노년기를 성공적인 노년기로 바꾸는 것도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