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 의한 ‘노인 학대’ 가장 많아졌다
배우자에 의한 ‘노인 학대’ 가장 많아졌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2.06.20 09:11
  • 호수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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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인학대 판정 6774건… 전년보다 8.2% 늘어나

코로나19 따른 돌봄 스트레스도 원인… 재학대 20.4% 증가

[백세시대=조종도기자] 70대 남편과 둘이 사는 김정순 씨(69‧가명)는 한동안 남편의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치매 증상이 심해진 남편은 언어적 폭력은 물론이고 툭하면 물건을 부수고 신체적 폭력까지 휘둘렀다. 김 씨는 남편의 질병 탓으로 돌리고 혼자 감내하려 했다. 그런데 김 씨의 몸에 난 상처를 본 사회복지사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 채고 김 씨를 설득해 남편의 학대 사실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알렸다. 

김 씨의 경우처럼 학대 피해를 받는 노인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배우자’에게 학대받는 노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전까지는 노인을 학대하는 행위자(가해자)는 가족 중에서도 ‘아들’이 가장 많았었다.

보건복지부가 6월 15일 제6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간한 ‘2021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9391건으로 전년보다 14.2% 증가했다.

신고 건수 중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6774건으로 전년(6259건)보다 8.2% 증가했다. 신고 건수 중 34.9%가 실제 학대로 판정된 것이다.

특히 이전에 신고가 접수돼 종결됐는데 다시 학대가 발생한 재학대 건수가 지난해 739건으로 전년보다 20.4%나 증가했다.

노인학대 건수 증가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가구형태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동거하고 있는 가족 간의 갈등과 돌봄 부담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발생 장소별로 보면 가정 내 학대가 5962건(88%)으로 가장 많았고 생활 시설 536건(7.9%), 이용시설 87건(1.3%) 순이었다. 재학대의 경우는 가정 내 발생이 97%나 차지했다.

학대 가해자는 배우자가 2455명(29.1%)으로 가장 많았고, 아들은 2287명(27.2%)으로 그다음이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배우자’가 최다 가해자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노인 부부끼리 사는 가구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 부부 가구 비율은 2014년 44.5%에서 2020년 58.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녀와 함께 동거하는 노인 가구는 28.4%에서 20.1%로 줄었다.

가구 변화 추세가 이렇다보니 노인 부부 가구에서 일어난 노인 학대가 실제로 2017년 26.3%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34.4%를 차지했다. 이어 자녀 동거 가구(31.2%), 노인 단독 가구(17.6%) 순이었다.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43.6%), 신체적 학대(41.6%), 방임(6.5%), 경제적 학대(3.8%), 성적 학대(2.4%) 등이다.

노인 학대를 신고하는 사람은 경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관련 기관(4799건)이 가장 많았고 친족(549건), 피해 노인 본인(361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326건), 복지시설 종사자(246건)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신고 의무자에 대한 교육과 신고 체계 강화를 제언했다. 특히 재학대 요인을 줄이기 위해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노인학대 현황 분석을 반영해 노인학대 신고 및 재발방지·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인학대 신고전화(☎1577-1389)와 신고 애플리케이션 ‘나비새김’(노인지킴이) 홍보·운영을 강화한다.

또 노인 의사에 반해 재산이나 경제적 권리를 뺏는 경제적 학대의 정의를 명확히 해서 관련 기관 간 협력 체계를 만들고 ‘생활경제 지킴이 파견’ 사업을 노인 일자리와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6월 22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시행에 따라 요양시설 내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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