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 관리자
  • 승인 2006.08.29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 만든다” 인간계발 온 힘

31년 동안 매주 목요일 새벽을 연 1,445회 조찬세미나
노년층에 일자리 주고 젊은이들은 세계무대서 뛰게 하자

 

우리도 잘 살아보자며 1970년 4월 시작한 새마을운동. 애초 단순한 농촌재건사업으로 시작됐지만 전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면서 한국사회 전체의 근대화운동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인재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양적팽창만을 추구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었다. 그 즈음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인적자원개발에 투신한 젊은 학자가 있었다. 1975년 인간개발연구원을 설립, 한국사회에 ‘인간계발’이라는 화두를 던진 장만기(69) 회장이 그 주인공.

 

 

기업경영인 대상 31년째 조찬세미나

 

인간개발연구원 ‘터줏대감’ 장만기 회장은 창립 당시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국내 주요 석학들과 굴지 기업인 그리고 거물급 정치인을 초빙, 회원들을 상대로 조찬강연회를 열어 경영노하우와 함께 순도 높은 생생한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최근 3월 23일 열린 조찬세미나는 무려 1,445회를 기록했다.

 

새마을운동으로 촉발된 근대화를 비롯해 산업화, 정보화사회로 이어진 경제성장 신화의 궤적이 인간개발연구원의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주요 경영인과 기업가 그리고 저명인사들 사이에서 인간개발연구원은 반드시 거쳐야 할 ‘기업경영인 사관학교’로 통한다. 

 

장만기 회장은 “1970년대는 너무 배고팠고, 참으로 어려웠던 시기였다”면서 “자본, 기술은 물론 변변한 시장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믿을 만한 자원은 사람뿐이라는 것이 당시의 신념이었다”고 술회했다.

 

그에게 사람은 말 그대로 믿음이요, 희망이었다. 1968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의 논문주제도 ‘경영자 개발을 위한 성취동기에 관한 연구’였을 정도. 대학원 졸업과 함께 명지대 경영학 교수로 자리를 옮긴 장만기 회장은 심리학을 병행, 인적자원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장만기 회장에게 전환점을 마련해 준 사람이 자기계발 교육사업의 선구자 폴 마이어(Paul J. Mayer)다. 장 회장의 ‘영원한 친구’ 폴 마이어는 ‘생생한 상상, 간절한 소망, 진정한 믿음, 열정적 실천이 있으면 무엇이든 반드시 이뤄진다’는 리더십 실천계획을 바탕으로 스스로 27세의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신화적 인물.

 

폴 마이어는 리더십개발 등 각종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고안, 60여개 나라에 보급해 세계적인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장만기 회장은 서울대 석사논문 준비과정에서 우연히 폴 마이어를 알게 됐고, 1970년 명지대 교수시절 용기 내어 편지를 보내 그와 친분을 쌓게 된다. 1972년 미국 텍사스로 날아가 우여곡절 끝에 폴 마이어를 만난 장 회장은 인간계발에 대한 평소 신념을 굳히게 됐다.

 

장만기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1974년 1월, 대학교육연합회장과 성균관대 총장을 역임한 박동묘 전 농림부장관이 초대회장으로 부임, 기반을 확고히 했다.

 

또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을 비롯, 정수창 OB그룹 회장, 조권순 유한양행 사장, 박승찬 금성사 사장, 김연규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당시 각계 중진들도 뜻을 같이해 든든한 원군을 얻게 됐다. 남은 것은 출전뿐.

 

정치·이윤·종교 선긋는 순수성

 

장만기 회장은 1974년 4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인간계발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듬해 2월 5일, 당시 대한재보험 박은회 사장, 서울대 경영대학 오상락 교수,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양은 교수가 강사로 나선 ‘인간개발을 위한 경영자 조찬회’를 효시로 그 유명한 조찬세미나의 막이 올랐다.

 

인간개발연구원은 국가발전을 기원하는 산학(産學)의 염원과 각계각층 인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1976년 5월 19일 당시 과학기술처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비영리 민간 연구소로 거듭났다.

 

1978년 인간개발연구원은 호재를 만나게 된다. 70년대 후반부터 산업현장 곳곳에서 생겨난 노사갈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당시 노동청이 인간개발연구원에 도움을 요청한 것.

 

인간개발연구원은 ‘최고 경영자를 위한 노사협조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정부는 근로자 100인 이상을 둔 기업의 경영인은 반드시 참여토록 권장해 서울, 부산, 광주 등 6개 주요도시에서 6개월 동안 3,029명을 수료시켰다.

 

장만기 회장은 “당시 세미나에 초청된 경영인들은 대부분 기업하기도 힘든데 무슨 세미나를 여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면서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시기여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교육이었다”고 회고했다.

 

새옹지마라고 했다. 1979년 3월, 장만기 회장은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게 된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십여 명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들이닥쳐 연구원 서류를 압수하고 직원들을 연행했다. 장만기 회장도 이들에게 붙들려 가택수색을 받은 뒤 어디론가 끌려가 심문을 받아야 했다.

 

장만기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나중에 알게 됐지만 30대 젊은이가 국가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특수수사대라는 곳에서 수사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사건 이후 관할부서인 과기부에서도 석 달여에 걸친 감사를 벌여 연구원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무실 임대료도 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장만기 회장이 얻은 교훈은 값비싼 것이었다. 비영리 민간단체는 정치나 이윤을 멀리해야 한다는 너무도 단순한 처세법을 터득했다. 이때부터 인간개발연구원은 정치, 이윤, 종교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장만기 회장은 “제5공화국이 들어선 뒤 인간개발연구원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던 당시 이규호 교육부 장관이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을 영입해 경영난을 극복하자고 제안했지만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숨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순수성이 입증된 인간개발연구원 조찬세미나에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초청됐다. 1988년에는 정치활동을 억압받던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가 어렵사리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모들 반대로 데이트 못하는 연인처럼 경제인을 만날 수 없도록 하는 외압이 있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 당시 김종필 공화당 총재, 노재봉 전 총리, 이기택 민주당 공동대표, 이종찬 민주자유당 의원, 진념 동자부 장관, 이상배 서울시장, 조순 한국은행 총재 등 분야를 망라한 전·현직 인사들이 인간개발연구원 강연에 나서 한국 최고의 조찬세미나를 이어갔다.

 

지난해 2월 숙명여대에서 열린 30주년 기념 세미나에는 400여명의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오후 늦게까지 진지한 열의를 보였고, 같은 해 송년회에도 장관 출신 인사만 50여명이 참석해 인간개발연구원의 현주소를 가늠케 했다.

 

지방자치아카데미로 지방화 큰 몫

 

지방자치단체에도 인간개발연구원의 손길이 닿으면서 혁신적인 발전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아카데미’로 널리 알려진 지방자치단체 프로그램은 전남 장성군으로부터 출발했다. 1995년 민선 1기 군수로 당선되기 10여 년 전부터 인간개발연구원의 회원으로 참여한 김흥식 장성군수가 연구원 프로그램을 군정에 도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5년 9월, 이건영 당시 국토개발연구원장의 강의 함께 ‘21세기 장성아카데미’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된 지방자치아카데미는 장성군을 국내 최고의 지방자치단체로 변화시키는 혁신을 불러왔다. 지난달 중국 길림성 사평시 정부 관계자 30여명이 장성군을 방문해 혁신사례를 견학하고 돌아갔을 정도.

 

인간개발연구원 양병무 원장이 지난해 장성군의 성공 사례를 담아 출간한 ‘주식회사 장성군’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메일을 통해 전국 공무원에게 추천한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지방자치아카데미는 현재 6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장 회장은 최근 희망적이고 활발한 군사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군부대 병사들을 비롯, 지휘관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험 중이다. 이미 66사단 지휘관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4월 20일에는 5군단 지휘관을 대상으로 ‘병영 리더십 아카데미’를 시작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국내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과 일본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길림성은 지난 2003년, 200여명의 국영기업체 및 정부 관리를 파견, 인간개발연구원 프로그램을 배우도록 했다.

 

장 회장은 오는 4월 중국 길림대학 고문교수 자격으로 강연이 예정돼 있다. 인간개발연구원 내 ‘차이나클럽’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진출을 적극 돕는다는 목표가 설정돼 있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아메리칸패밀리생명보험 창업자 오다케 요시키 회장과는 일본에 인간개발연구원을 세우자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장 회장은 “노인문제도 결국 사람의 가치를 가볍게 보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젊은이들은 세계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신 노년층에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사람을 믿고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신념으로 30년을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인간개발연구원이 존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30년은 더욱 혁식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업은 물론 국가와 지방단체의 발전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