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에 전면 개방한 청와대 관람기, 레드카펫 따라 본관 2층 오르면 대통령 집무실
74년 만에 전면 개방한 청와대 관람기, 레드카펫 따라 본관 2층 오르면 대통령 집무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6.27 13:19
  • 호수 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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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는 6월 12일부터 방문 예약 방식이 추첨에서 선착순으로 바뀌며 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청와대 본관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국민들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는 6월 12일부터 방문 예약 방식이 추첨에서 선착순으로 바뀌며 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청와대 본관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선착순 예약, 하루 최대 4만 9000명 관람… 어르신엔 당일 관람권 발급

본관‧관저 등 인기 많아 따로 줄을 서야… 일부 공간은 보존 위해 통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6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는 수천명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5월 10일부터 문을 활짝 개방한 ‘청와대’를 관람하기 위한 남녀노소로 가득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12명의 지도자가 국정 운영을 위해 고뇌했던 역사적 현장을 관람하기 위한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개방 이후 40여일만에 누적 방문객이 100만명에 육박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인기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6월 12일부터는 하루 관람 인원을 3만9000명에서 1만 명 많은 4만9000명으로 확대하고 추첨에서 선착순으로 바꿔 접근성을 높였다. 개인이 예약할 수 있는 인원도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관람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6차례에 걸쳐 예약을 받고 화요일에는 휴관한다. 단체 관람의 경우 사람이 몰리는 토‧일요일을 피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다.

방문 예약은 청와대 관람 예약 누리집(www.청와대개방.kr)에서 하면 된다. 사이트에 접속 후 개인(1∼6명), 단체(20∼50명), 만 65세 이상과 장애인(1∼6명) 등 세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후 예약 일자와 시간, 인원을 확정하고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을 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때 예약 정보가 적힌 바코드가 문자메시지로 전송되는데 이는 방문 당일 입장 시 사용한다. 

온라인 관람 예약이 어려운 어르신(장애인, 외국인도 해당)은 오전 9시와 오후 1시 30분에 영빈문 안내데스크에서 당일 관람권을 받을 수 있다. 단, 현장 발급 정원은 회차당 500명이다. 

청와대 자리는 본래 경복궁의 후원이었다. 1926년 경복궁 흥례문 구역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크게 새로 지으면서 남산에 있던 총독 관저를 경복궁 후원으로 옮겨왔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정 사령관인 하지 장군의 관저로 쓰이다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게 됐다. 당시의 이름은 경무대였는데 경복궁 후원의 너른 터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 새롭게 대통령이 된 윤보선은 경무대에 덧씌워진 독재의 이미지를 부담스러워했고 이로 인해 바꾼 이름이 청와대다. 지금은 없어진 당시 본관 건물의 기와가 파란색이어서 나온 이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청와대의 모습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1년에 갖춰졌다. 조선 총독 관저를 증축한 본관 대신 지금의 본관과 관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 등을 신축했다.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본관과 관저를 중심으로 영빈관, 춘추관, 상춘재 등 여러 부속 건물이 25만여㎥에 달하는 널찍한 부지에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다. 

청와대 관람은 영빈관 앞 영빈문, 본관 앞 정문, 춘추관 앞 춘추문 등 3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각 입구 앞에서 대표 예약자가 예약 정보가 적힌 바코드를 보여주면 입장이 가능하다. 어느 곳으로 입장하든 경내로 들어가면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본관과 관저, 영빈관 등의 실내를 관람하려면 따로 줄을 서야 한다. 

청와대 관람의 백미는 본관과 관저다. 청와대 로고에도 등장하는 본관 건물의 인기가 많아 주말에는 최대 1시간 이상도 기다려야 한다. 또 비가 올 경우에 내부 관람은 중지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청와대 본관에 입성한 후에는 바닥 훼손 방지를 위해 덧신을 신도록 안내를 받는다.  

2층 대통령 집무실을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2층 대통령 집무실을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이후 정해진 동선을 이동하며 관람하면 되는데, 가장 먼저 지나치는 곳이 충무실이다. 대규모 인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거나 외빈 만찬을 하는 등 다용도로 활용됐던 공간으로, 현재 태극기와 푸른색 봉황기만이 남아 있다. 충무실을 지나면 유백색 벽과 샹들리에로 멋을 낸 인왕실을 만날 수 있다. 청와대 서쪽 산인 인왕산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간담회나 소규모 연회가 열렸던 공간이다. 레드카펫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김식의 ‘금수강산도’가 배치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뉴스를 통해 접해 눈에 익은 대통령 집무실이 나온다. 대부분의 집기류가 빠져 있고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만 남아 있어 허전한 느낌이 든다. 또 직접 앉아볼 수 없는 점도 아쉽다. 

다시 1층으로 가면 영부인이 접견실과 집무실로 쓰던 무궁화실을 만날 수 있다. 역대 영부인들의 초상화가 한쪽 벽에 걸려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부터 시작해 공덕귀(윤보선), 육영수(박정희), 홍기(최규하), 이순자(전두환), 김옥숙(노태우), 손명순(김영삼), 이희호(김대중), 권양숙(노무현), 김윤옥(이명박), 김정숙(문재인) 여사의 초상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초상화들까지 보면 본관 관람은 끝이 난다.

또다른 인기 공간인 대통령 내외가 살았던 관저의 경우 마당은 개방했지만 방안 내부는 들어가지 못한다. 대신 활짝 열어놓은 문밖에서 침실, 미용실, 주방 등을 볼 수 있다. 관저 아래 상춘재는 국내외 귀빈을 접견하던 의전 공간이다. 우리 전통 가옥 양식으로 지어서 특히 외국 귀빈들을 많이 모셨다고 한다. 상춘재 인근의 침류각도 20세기 초에 지어진 전통 가옥이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는 침류각을 출발해 오운정과 미남불을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가 진행된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내리는 이 길은 역대 대통령들의 산책 코스로 알려져 있다.

외국 국빈들을 위한 공식행사나 연회가 열리던 영빈관과 기자회견 장소와 기자실로 쓰였던 춘추관도 들어가볼 수 있다. 춘추관에는 관람객들이 대변인 체험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 따로 마련돼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다.

청와대가 급작스럽게 개방된 만큼 경내에는 편의점 등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고 햇볕을 피할 곳이 적다. 여름에 방문할 때는 원활한 관람을 위해 양산과 생수를 필히 구입해 가는 곳이 좋다. 단, 본관 등 건물 내에서 취식은 불가능하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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