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12] 임금 즉위 때 입는 윗옷은 흑(黑)이 아닌 현(玄)색
[한국의전통色이야기 12] 임금 즉위 때 입는 윗옷은 흑(黑)이 아닌 현(玄)색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2.07.04 10:44
  • 호수 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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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玄衣)-훈상(纁裳)

TV 역사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 중에 새 임금(嗣王, 사왕)이 즉위할 때 입는 검은색 구장복(九章服: 상의에 5가지 무늬, 하의에 4가지 무늬의 예복)을 볼 수 있는데, 상의는 현(玄)색이고 하의는 훈(纁)색이다. 

그러나 세종실록 『오례의』 관면도(冠冕圖)에는 1402년 명나라에서 내려 준 제도에 의한 것으로서 청의(靑衣)-훈상(纁裳)으로 기록되어 있다. 

◎황제의 조칙에 왕세자를 상경(上卿)의 규정으로 대우한다고 하였으니, (......) 첫째가 친왕(親王: 황제의 아들‧형제), 다음이 공후(公侯), 그 다음이 1품이다. 전날 우리나라에 구장복(九章服)을 내렸으니 그 등급을 친왕과 나란히 한 것이다.<세종 9년> 

◎고려 의종(1146~1170) 때 상정(詳定)한 임금의 예복은 청의(靑衣)-훈상(纁裳)도 있지만, 원구(圓丘), 사직, 종묘, 선농(先農)의 제사에는 현의(玄衣)-훈상(纁裳)으로 기록되어 있다. 

◎공민왕 19년 명나라 태조가 하사한 면복(冕服: 면류관과 곤룡포)도 청의(靑衣)-훈상(纁裳), 세종 8년에는 심청(深靑) 곤복(袞服: 곤룡포)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조선의 임금은 현의(玄衣)-훈상(纁裳)을 입을 수 없지만 중요한 곳에서는 입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玄’은 단순한 검은 색이 아냐

TV 역사 드라마 의상은 고증도 받고 비싼 비용으로 제작했겠지만 구장복(九章服)의 상의가 너무 새까만 흑색이어서 현의(玄衣)-훈상(纁裳)의 현(玄)색이 아니다. 현(玄)색은 단순한 흑(黑)색이 아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와 『자전(字典)』에 “검으면서 붉은색을 띠는 것을 현(玄)”이라 하였다. 그러나 흑(黑)의 윗부분은 굴뚝에 검댕이가 차있는 형상이고 아랫부분은 불길이 오르는 형상을 본 뜬 것이니 시각적인 검은 색이지만, 현(玄)은 경험에 바탕을 두지 않은 사변적인 색이다. 고구려 쌍영총의 북쪽 신수(神獸)도 현(玄)무(武)이며, 고려 황성 북쪽 문은 현(玄)무문(武門)이고 경복궁 북쪽문도 신(神)무문이다. 현(玄)은 곧 하늘의 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전통문화 왜곡하면 곤란

훈상(纁裳)의 훈(纁)은 글자 뜻으로만 해석하여 분홍색으로 번역된 책(北譯 高麗史)도 있다. 훈(纁)은 주홍(朱紅)에 가까운 색이다. 오행이론상 상의는 정색을 쓰고 하의는 간색을 사용하므로(衣正裳間, 의정상간) 오행의 화생토(火生土)가 적(赤)-황(黃)이 되니 이른바 훈(纁)은 주홍, 주황에 가까운 오행의 3차 간색이다. 그만큼 훈(纁)은 미묘한 색이다. 고궁박물관에서 진품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현의(玄衣)-훈상(纁裳)을 볼 수 있다. 

1980년부터 전통역사 TV 드라마가 컬러로 방영되면서 옛 선조들의 의‧식‧주‧생활용품 등 모든 것이 색채로 방영되었다. TV 역사 드라마는 역사나 전통문화의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즐겨보는 오락 드라마일 뿐이지만 역사와 전통문화를 오해하거나 왜곡된 영상이 많으면 TV의 대중적인 파급력 때문에 우리전통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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