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지정기록물 뒤로 숨지 말라”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지정기록물 뒤로 숨지 말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7.04 10:53
  • 호수 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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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북을 대변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면 아웅산 묘역 테러, 대한항공 858기 테러, 천안함 폭침, 금강산 관광객 피격, 목침지뢰 매설 등이다. 이처럼 연이은 무력도발로 북은 전 세계에 잔혹한 테러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그래서인가 기자는 그러한 북에 인도적 차원 운운하며 쌀을 갖다 주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자는 말을 들으면 비위가 상하기도 한다. 비유가 될런 지 모르겠지만 전과 17범 조두순 같은 범죄자가 출옥 후에도 어린소녀를 강간·폭행하고 식구를 부양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에게 불우이웃돕기 차원에서 빵을 주자는 건 과연 공정한가(그는 정상적인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초생활급여·기초연금 등을 또박또박 받아가고 있다).  

북한이란 존재는 이 시간에도 ‘연쇄살인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2년 전 발생한 우리나라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피살 사건이다. 이씨는 북한군의 총에 사살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신이 불태워졌다. 최근 정부가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이 비극적인 사건의 감춰진 내막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이씨가 피살당하기 직전에 무엇을 했을까.

국민의힘 진상조사 TF가 국방부를 방문 조사한 데 따르면 군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런 내용은 오후 6시 30분 쯤 문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이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지기 3시간 전이다. 이씨의 생존 사실을 파악한 만큼 구출하기 위한 조처를 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문 전 대통령이 아무런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 측 조사 결과다.

이씨 유족도 문 전 대통령의 6시간 행적을 밝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 등은 "문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가 과연 6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히는 게 첫 번째 방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남북 간 통신선이 끊어져 대처가 어려웠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이씨 사망 이후 정부는 유엔사가 관리하는 판문점 채널로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 김정은 친서까지 오간 것을 보면 북측과 연락할 길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씨 피살 직후 청와대 NSC는 23일 오전 1시부터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때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아침 8시30분에야 관련 사안을 보고받았다는 게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이씨 피살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반려견 쓰다듬고, 상추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이씨 아들은 문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빠가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을 밝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답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련 자료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어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7시간 동안 보이지 않아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 때문에 마약복용, 피부성형 등의 루머로 수모와 조롱을 당해야 했다. 문 전 대통령 등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책임자로서 학생들을 구출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데 앞장섰다. 

대통령의 부재와 함께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이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이게 왜 현안이냐"고 했고, 설훈 의원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하는 등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훈 의원은 북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도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 있다"라고도 말한 바가 있다.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이씨의 사고 당일 행적을 자진 월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 TF에 따르면 국방부의 7시간 북한 통신(감청)보고 내용 중 ‘월북’이라는 단어는 딱 한 문장에만 등장한다. 이 때문에 합동참모본부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보낸 최초 보고서에는 ‘월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혔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비공개인 대통령지정기록물 뒤에 숨지 말고 그날의 진실을 소상히 밝혀 이씨의 억울한 죽음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한 수모와 조롱은 물론 사법적 조치까지도 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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