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분별력 없으면 생기는 일들”
[백세시대 / 세상읽기] “분별력 없으면 생기는 일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7.11 10:39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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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인문학(人文學)은 무엇인가. 간단히 요약하면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 문제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은 왜 필요한가. 최근 ‘인문학의 쓸모’란 주제로 한 인문학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작가가 ‘인문학은 분별력이라는 가치를 만든다’는 얘기를 했다. 

“인문학은 분별력을 갖게 만든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분별력은 무언가. 세상 물정에 대하여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리판단이다. 이게 모자라면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린다.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거나 마지막 순간에 “그때 그러지 말 것을…”이라고 되뇌는데 그 순간 분별력을 잃음으로써 생긴 일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말하는 것이다. 

기자는 ‘백세시대’ 신문에 ‘인문학 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대한제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해석하거나 지금까지는 무심히 보아왔던 틈새를 조명하는 기사들이다. 예를 들면 땡볕에 사도세자를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뒤주는 누구의 발상인가, 개화파 아이콘 김옥균은 갑신정변 후 어떻게 됐나, 조선의 왕세자 입학식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나 등이다.

여러 자료를 취합해 기사를 쓰면서 ‘인문학은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영조가 자기 아들을 꼭 뒤주에 가둬야 했나, 유배 등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권력은 인륜의 상위 개념인가,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파리 유학생은 ‘3일 천하’의 김옥균을 권총으로 살해해야 했을까, 영조나 유학생이나 그들이 조금의 분별력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분별력이 미약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 개인은 망신살이 뻗치고 나라는 홍역을 앓는다. 상징적인 예가 헌법재판소장, 이재명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이다. 헌재소장은 최근 북악산을 오르는 서민들의 발길을 막는 무모한 행동으로 망신을 당했다. 등산객 왕래가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에서 등산로를 폐쇄한 것이다. 국민혈세로 관리되는 헌재 공관은 일반인들이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크고 넓다. 850평의 2층집에 마당은 2600여평에 달한다. 안방까지 등산객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리가 없고, 담장과도 한참 떨어져 안방이 들여다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여론에 밀려 한 달여 만에 등산로는 다시 열렸지만 헌재소장은 이 일로 인해 ‘자기밖에 모르는 양심 없는 관료’로 낙인 찍혔다.

이재명 의원은 초유의 사정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 성남FC 후원금 ▷백현동 개발 특혜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관련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대장동 개발사업 ▷청탁금지법(변호사비 대납) ▷장남 불법도박 및 성매매 등 무려 7가지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대선 후보가 선거 후에도 이처럼 다양한 혐의의 핵심 인물로 주목 받는 건 이 의원이 유일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나라 전체가 두 동강이 났던 조국 사태가 벌어졌다. 조국과 그 주변의 온갖 부정부패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이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벌어진 인사 참사였다. 여기에 진영논리까지 가세해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불속에 휘발유를 끼얹듯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엉뚱한 말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문 전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비롯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탈원전 정책 등 여러 의혹에 연루돼 법의 심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SNS에 상추 들고 웃는 사진을 올리는 등의 눈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인문학이 여전히 쓸모가 있는 건 과학이 발달할수록 그것을 조종하는 인간의 분별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헌재소장, 이재명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금의 분별력을 가졌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불행한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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