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교실, 경로당 인기프로그램으로 확산 “소근육 써 치매 예방하고, 나만의 실용품도 만들고…”
공예교실, 경로당 인기프로그램으로 확산 “소근육 써 치매 예방하고, 나만의 실용품도 만들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11 13:41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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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경로당 어르신들이 공예교실에서 만든 토피어리를 들고 있는 모습.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경로당 어르신들이 공예교실에서 만든 토피어리를 들고 있는 모습.

일산 서구지회 토피어리 만들기, 순창군지회 손놀이 공예 등

다른 프로그램 비해 비용 많이 들지만 어르신 만족도 높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7월 5일 제주 서귀포시 새서귀경로당.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커다란 잎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매만지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점토를 꾹꾹 눌러 손을 펴서 잎사귀 모양의 도자기 접시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공예 강사의 지도 아래 어르신들은 1시간 가량 저마다의 개성이 묻어나는 도자기를 완성했다. 이순열 새서귀경로당 회장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그릇보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서 더 의미있는 그릇같다”고 밝혔다. 

최근 도자기‧스카프‧부채 등 각종 공예품을 만드는 공예교실이 노래교실, 체조교실 등과 함께 경로당 인기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예교실은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재미와 손의 소근육을 사용해 뇌를 자극하면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이는 관련 연구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2018년 발표된 ‘종이매체를 활용한 집단미술치료가 치매노인의 인지기능과 소근육 운동에 미치는 효과’(김용숙‧전순영)에 따르면 종이를 접거나 오려 붙여 공예품을 만드는 활동이 치매노인의 인지기능과 소근육 운동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르신들이 자신의 힘으로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물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만족도와 성취감도 높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지회의 경우 관내 경로당 대상으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토피어리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토피어리란 물이끼와 같은 식물을 동물 등 여러 모양으로 자르고 다듬어 만든 일종의 작은 화분으로 반려식물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어르신들에게 공예품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는 대부분 귀찮아하면서 시큰둥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강사의 지도 아래 자신이 선호하는 토끼, 강아지 등 동물 모양의 반려식물을 만든 후 반응이 달라졌다. 

이상미 경기연합회 복지서포터즈는 “본인이 만든 토피어리에서 싹이 나거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 등 애정을 가지고 만든 공예품 덕분에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공예교실을 운영하기 위해선 재료비가 일반 프로그램보다 많이 들고, 전문 강사를 초빙해야 하기에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충북도 9988행복나누미, 경북도의 행복도우미 등을 통해 여가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외부 지원을 받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전문강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로당 공예교실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 순창군지회(지회장 김용식)의 경우 전북노인복지기금의 지원을 받아 6월~8월 3개월간 ‘손놀이 공예’를 진행한다. 구림면 남정할머니경로당을 시작으로 15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천연염색 스카프 만들기’,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화분 만들기’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용식 순창군지회장은 “공예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여 경로당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절 특색을 반영한 공예품을 만들어 어르신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곳도 있다. 전남 광양시지회(지회장 김종규)는 6월 14일부터 7월 1일까지 관내 칠성 1‧2단지경로당, 성호2-1차경로당 30여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벌레기피제–계피벽걸이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호평받았다. 계피는 인간에게 무해하지만 모기들이 싫어한다는 점을 착안해 기피제로 만든 것이다.

경로당 회장이 사비를 들여 공예프로그램을 운영한 곳도 있다. 부산 부산진구 백양뜨란채경로당은 지난달 박외숙 경로당 회장이 자비로 강사를 초빙해 리본공예 수업을 진행했다. 백양뜨란채경로당은 2020년 코로나로 힘든 시기 회원들이 직접 마스크를 제작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며 손재주를 뽐낸 바 있다.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직접 만든 소품인 화분걸이에 작은 다육식물을 담아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했다. 

박외숙 회장은 “코로나로 침체됐던 경로당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사비를 들여 선생님을 초빙했다”며 “수업을 통해 예쁜 작품을 완성한 회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다음에도 이런 기회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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