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특별기고1] 대한노인회의 ‘노인방송국 설립’을 반대한다
[백세시대 특별기고1] 대한노인회의 ‘노인방송국 설립’을 반대한다
  • 황수연 서울 강남구지회장
  • 승인 2022.08.03 19:00
  • 호수 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수연 서울 강남구지회장
황수연 서울 강남구지회장

지난 6월 3일자 ‘혜인시대’ 신문에는 노인방송국을 설립, 운영하겠다는 등 김호일 회장 인터뷰가 대서특필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일선 지회장으로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김호일 회장의 노인방송국 설립 계획은 대한노인회와 전국 300만 회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허황된 발상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 

중요 정책을 협의 없이 밀어붙여

첫째, 노인방송국을 설립하는 이런 중요한 계획을 발표하려면 언론에 인터뷰를 하기 이전에 먼저 대한노인회 집행부인 16개 시·도연합회장들과 부회장, 선임 이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등 사전 협의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일체의 논의과정이 생략됐고 독선적, 일방적으로 결정한 계획을 신문 인터뷰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

둘째, 세계 경제력 3위인 선진국 일본에서도 노인방송국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노년에 건강보험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 소위 ‘요람부터 무덤까지’라는 이념 아래 안정된 사회보장 제도가 실현되고 있는 국가이지만 노인방송국은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일본 NHK도 실버 프로그램을 한두 시간씩 운영하고 있는 정도라고 한다. 

일본은 노인복지에 관한한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인데 이런 나라에서도 운영하지 않는 노인방송국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실제로 설립될 경우 향후 방송국 운영자금으로 막대한 투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대한노인회의 취약한 예산 규모로는 감당할 수 없으며, 큰 시행착오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현재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서 <황금연못>, <가요무대>, <백세프로젝트>, <건강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니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종편 방송사에서도 ‘의학정보’ 등의 건강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광고비가 연간 무려 2000억원씩 줄고 있어 각 방송사가 수백억원의 운영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방송국 운영에 애로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대한노인회의 노인방송국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김호일 회장은 여러 기업체에 기부금을 요청하여 방송국 설립자본금 5억원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대한노인회 방송국 설립에 흔쾌히 5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기부해줄 독지가는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기부하는 사람이라 해서 실익이 없는 곳에 마구 투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셋째, 김호일 회장은 “엄청난 광고 수입으로 대한노인회 사업 활성화에 많은 재원이 조달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오래된 유명 방송사들도 광고 수입이 수천억씩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망상에 불과한 것이다. 

공중파 방송과 시청율이 높은 종편방송도 광고경쟁이 치열한데 시청자도 없는 노인방송국에 누가 광고를 하려 하겠는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허황된 꿈일 뿐이다.

게다가 전국의 경로당 어르신들도 상당수가 핸드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네이버, 유튜브 등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있고, 또 10여개의 기존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시니어 프로그램을 매일같이 시청하기 때문에 노인방송국 프로그램을 구태여 시청할 사람들은 없을 것으로 본다.

노인지원재단 기금 낭비는 안돼

넷째, 노인지원재단은 전임 회장들께서 많은 노력을 하여 2012년부터 수년 동안 전국 경로당 회원들이 약 61억원을 모금한 후 그동안 사업비 등으로 약 23억원을 지출하여 현재는 약 38억원 정도의 기금이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회원들 한 분 한 분의 피땀으로 모은 노인재단 기금을 헛된 사업을 위해 낭비해선 절대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방송국을 설립하려면 규정에 따라 법인설립 비용으로 목적사업 기본자금 5억원을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노인방송국을 1~2년 운영하다가 사업이 여의치 않아 방송국 사업을 포기하거나 법인 목적사업을 하지 않을 때에는 법인설립 비용으로 예치한 5억원은 즉시 국가에 귀속되도록 법 규정에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김 회장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사업이 잘못되면 자본금 5억원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사단법인 학교체육진흥연구회를 정부에서 승인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이상과 같이 지적한 네 가지 이유 때문에 노인방송국 설립계획은 취소되어야 한다. 

전국 245개 지회장들은 대한노인회가 제발 쓸데없이 실효성 없는 사업을 자꾸 벌이지 말고 조용히 연합회와 지회를 도와주고 노인복지의 내실을 기하는 대한노인회가 되어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노인지원재단

아울러 노인지원재단과 관련해 중요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노인지원재단의 기금으로 모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을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재단 이사회가 노인회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이사들로 새로 구성돼 이사장의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는 점이다. 

노인지원재단 이사장을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전국 노인회의 의견을 대변할 연합회장이 한 명도 이사로 위촉되지 않았다. 하물며 노인회와의 관계를 잘 아는 재단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새로 채용하려 하고 있다.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인지원재단의 첫 이사회 안건으로 100만원이었던 이사장 판공비를 300만원으로 인상하고, 그것도 모자라 1월부터 소급해서 받아갔다고 한다. 기금에서 연간 3600만원의 판공비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에서 책정된 대한노인회 회장으로의 판공비에 재단 이사장 판공비를 추가로 더 받아도 현재의 재단 이사진은 아무런 이의제기를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대한노인회 회장 자리는 존경받는 노인 대표로서 무보수 봉사직이 원칙이다. 근래에는 업무량도 많아지고 해서 실비 정도의 판공비를 받는 선에서 전국의 회장님들이 봉사하고 있다. 그 이상을 욕심내서 노인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노인지도자들 침묵, 언제까지

마지막으로 전국의 노인 지도자들께 읍소하고자 한다. 노인방송국 개설 등에 대해 크게 보도가 되었음에도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노인회장의 독주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는 분이 없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바른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대한노인회 조직을 더욱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노인회장들은 계속되는 대한노인회의 비정상적인 정책추진과 선거공약 불이행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는가?

대한노인회의 주인은 누구인가?

 


필자 약력 ▷교육학박사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서울 환일고 교장 ▷1988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행사 총지휘 ▷충남대, 이화여대 강사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차관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