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도로 위 무법자된 전동킥보드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도로 위 무법자된 전동킥보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8.01 10:50
  • 호수 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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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얼마 전 차를 몰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집 인근 사거리에 진입하기 전 신호등을 보니 파란불이어서 그대로 지나가려고 하던 찰나 급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우측차로에서 빨간불 신호를 무시한 전동킥보드 한 대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전동킥보드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타고 있었다. 그렇게 운전하면 위험하다고 말을 해줄 틈도 없이 학생들은 그대로 사라졌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초등학교 앞 사거리여서 미리 속도를 늦췄기에 여유 있게 멈출 수 있었지만 일반 도로였더라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지난 7월 27일 경남 창원시의 한 중학교 앞에선 전동킥보드와 자동차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히 필자가 겪은 일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초등학교 앞이 중학교 앞으로, 중학생 두 명이 고등학생 두 명으로, 우측차로가 좌측차로로 바뀐 것 외에 완벽히 상황이 일치했다. 애석하게도 운전자는 킥보드를 들이받고 나서야 브레이크를 밟았고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에 타고 있던 두 학생은 공중제비 돌기 하듯 튀어올랐다. 학생들은 다치긴 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앞서 7월 25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던 40대 남성 A씨가 굴착기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A씨는 안전모까지 착용하고 있었지만, 사고의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전동킥보드가 도로 위의 문제아로 떠오른 건 2018년경부터 공유 킥보드가 활성화되면서부터다. 법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관련 사고와 길거리 방치 문제 등이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해 5월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와 관련된 도로교통법 개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PM은 운전면허를 소지한 성인 또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를 취득한 만 16세 이상이 주행할 수 있으며, 탑승 시 헬멧 착용은 의무다. 한 대에 두 명 이상이 동시에 탑승하는 등 승차정원을 초과해선 안 되며, 음주 주행 역시 금지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PM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1735건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가 21만6335건에서 20만3130건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은 더 커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운전자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많이 발생했다. 이에 인식개선을 위한 안전벨트 착용 캠페인을 펼치고 법도 강화하면서 현재는 ‘안전벨트=생명띠’라는 생각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PM이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정착되려면 이제라도 인식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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