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채 어르신의 황혼재혼기 -마지막회
정희채 어르신의 황혼재혼기 -마지막회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5.04 14:58
  • 호수 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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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들은 재혼을 바란다.

산업사회가 시작되면서 각종 의학기술이 선진화되고 많은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회피해 젊은 층은 줄어들고 노인인구만 갑자기 불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국가에서 수용할 만한 복지 시설이 충분해 무의탁 노인을 모두 부양할 수 있는 형편도 못된다. 핵가족으로 변한 현대 사회 구조상 자식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도 없게 됐다.

더구나 홀로된 노인들 중에는 외로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식생활마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이 많다.
적극적으로 황혼에 홀로 된 어른들을 짝을 찾아주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의지할 수 있는 반려만 있다면 세상 풍파 거칠 것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분들이 많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인생의 짝을 만나지 못한다면 개인의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복지 예산이 지출되게 될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노인들에 대하여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그들도 늙으면 다 노인이 되는 데 노인들이 따로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노인들도 이성교제 하고 싶고, 사랑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우리 사회가 모든 분야에서 삶의 질이 진일보하고 있는데 노인문제만 제자리에 머무르라는 법은 없다.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젊은이들은 노인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학 통계를 보면 나이가 들어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고 규칙적으로 성생활을 할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져 다른 병에 걸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요즈음 남녀 간 사용할 수 있는 성기능 회복제가 나와 노부부가 손목을 붙들고 비뇨기과를 찾아 성상담을 청하는 사실은 노년층이 성기능장애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다는 증거다. 이는 삶의 질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홀로 계신 노부모님이 계신다면 열 일을 제쳐놓고라도 홀로된 부모님이 외롭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후에 홀로 남아 같은 처지에 있는 분과 나눈다면 외로움이 줄어들 것은 당연하다. 그 외에도 좋은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행복이란 개념은 우리가 마음먹기 달렸다. 우리 스스로 창조하고 추구하는 것이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재혼을 원하시는 분들은 경제력을 먼저 내세우고 따지지만 우선시 해야할 것은 돈이 아니라 두 사람의 지적수준과 품격을 먼저 맞춰보는 것이다. 정신적인 면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경제적 문제는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부부간이란 서로 말이 통하고 무슨 내용이던 대화가 비슷한 수준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져야만 정도 돈독해지고 즐거움도 나눌 수 있다. 앞에서도 기술했지만 우리 부부는 경제적인 조건을 두 번째로 잡았다. 집사람 얘기론 처음 보았을 때 믿음직한 품격을 먼저 평가했다고 말했었다. 마음만 맞는다면 경제적 문제는 둘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결혼 초기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담배연기 무릅쓰고 매일같이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자체가 봉사정신과 자신을 희생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고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집사람에게 그때 정말 고마웠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사실 자랑 같지만 우리들의 변함없는 근면과 노력은 높이 평가할만한 것이다.

벌써 재혼 15년째. 그 때를 생각하면 과연 끝까지 남편의 임무를 다하면서 모처럼 찾아온 제 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까 하고 염려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위에서 모두가 우리 부부를 부러워하고 성공한 재혼부부라고 축하해 주기에 마음이 무척 흐뭇하고, 어깨가 으쓱하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한국 노인들의 평균수명을 넘어서 80세가 다 되도록 살아있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지병인 위장병을 40세 이전부터 앓고 있었으며, 정신적으로도 우울증과 공황증까지 겹쳐 단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의 인생이 금방이라도 쓰러지려는 순간 구원자인 한 귀인을 만나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기적과도 같은 인생의 부활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 일년을 살아도 사랑하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듯 건강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경제력과 인생의 반려까지 얻게 되는 소원을 이루었으니 이 사람의 인생말년은 황혼재혼으로 인해 그런대로 축복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옛 말에 늙으면 망태사랑이라 하듯이 이제는 둥굴둥굴 모나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 젊어서 못 다한 인생의 사랑, 늙어서나마 이룰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믿고 의지하며 나머지 인생도 인간의 도리에 어긋남 없이 살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
<끝>
정리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그동안 ‘정희채 어르신의 황혼재혼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본지는 앞으로도 사회의 귀감이 되고,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온 어르신들의 사례를 발굴, 소개해 대한민국 노년세대의  ‘신노년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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