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돌봄 필요한데… 혼자 살아 더 힘겨운 치매노인들
종일 돌봄 필요한데… 혼자 살아 더 힘겨운 치매노인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8.16 09:12
  • 호수 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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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로 치매 독거노인의 고립이 심해진 가운데 지자체들이 돌봄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랑구 관계자가 치매 독거노인 댁에 방문해 치매안심키트 주요 구성품을 설명해주는 모습.
최근 코로나19로 치매 독거노인의 고립이 심해진 가운데 지자체들이 돌봄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랑구 관계자가 치매 독거노인 댁에 방문해 치매안심키트 주요 구성품을 설명해주는 모습.

치매 환자 중 30~40% 독거노인 추정… 코로나19로 고립 심화

서울 중랑구, 경기 오산시 등 방문케어‧AI인형 등 제공 나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중랑구에 사는 정이례(66‧가명) 씨는 치매로 인해 장기요양등급 5등급 판정을 받았다. 하루 일정 시간 방문요양서비스를 받고 근처에 사는 70대 오빠가 가끔씩 방문해 돌봐주고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탓에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고립이 심해져 치매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등급기준 미달로 요양원 입소도 선뜻 못하고 있다. 

정 씨의 사례처럼 혼자 사는 치매노인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치매 독거노인에 대한 지원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현재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82만9227명으로 전체 노인의 10.2%에 달한다. 즉,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80세 이상으로 대상을 좁혀 보면 비중은 더 높아진다. 189만5712명 중 28.3%(53만6708명)가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 또 치매노인은 점차 늘어 2050년에는 30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독거노인의 비중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전국에 치매안심센터 256개소를 설치했는데, 이곳에 지난해 말까지 전체 추정 치매 환자의 60% 정도인 50만명 가량이 등록됐다. 등록 치매 환자 중 혼자 산다고 밝힌 비중은 16만여명으로 3명 중 한 명이 혼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 진행된 치매 독거노인 연구는 2012년 가톨릭의대 양동원 교수팀과 건양대 윤보라 교수팀이 발표한 ‘치매 환자는 누가 돌보는가: 독거 치매 노인 현황과 주부양자 조사 연구’ 정도이다. 이 조사에서도 국내 치매 노인 10명 중 4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실시 중이다. 혼자 사는 치매 노인이 장기요양 서비스,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등 공공·민간기관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또 치매 치료관리비 지원, 건강관리, 자가 돌봄과 목욕 관리, 치매 환자 쉼터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단,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치매 환자 특성상 하루 종일 돌봄을 받아야 하지만 치매 환자 쉼터의 경우 낮에만 이용 가능하다. 종일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요양기관에 입소해야 하는데, 가족 등 부양자가 적극적으로 입소를 돕지 않는 한 어렵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3~5등급은 재가등급으로 시설 입소가 어렵다. 물론 3등급이라도 가족의 사정이나 치매 등에 따른 문제행동으로 집에서 돌보기 어려운 경우 시설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과정이 쉽지 않다. 2~5등급이어도 입소 가능한 공립치매전담 요양원이 속속 개원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년간 사실상 고립되면서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한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치매 환자들의 상황이 악화할 것을 우려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면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제공했지만 치매어르신들이 스스로 챙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효과가 미약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자체에서는 치매 독거노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서울 중랑구는 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치매안심마을에 거주하는 독거 치매 어르신 50여명에게 하절기 치매안심키트를 배부했다. 치매안심마을은 치매환자와 가족이 거처를 옮기지 않고 원래 지내던 보금자리에서 안전하고 편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구는 현재까지 중화2동, 면목2동, 면목4동 총 3곳을 치매안심마을로 조성했다. 하절기 치매안심키트는 마스크, 손소독 물티슈 등의 방역 물품 및 쿨스카프, 모기기피제, 파스 등으로 구성했다.

경기 오산시도 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지역 내 독거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치매안심 홈케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집에서 꾸준히 인지자극을 줄 수 있는 칠교놀이 세트와 근력밴드와 영양식 밀키트 등을 제공해 치매 악화 방지와 정서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돌봄인형을 활용하는 곳도 있다. 강원 영월군 치매안심센터는 경증치매 및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독거노인 20명에 AI돌봄인형을 전달했다. 기상‧식사시간 및 약 복용시간 안내와 치매예방체조 등 인지자극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인형으로 지속적 대화 제공 및 정서적 교감을 통해 치매 중증 진행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월군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돌봄인형 보급이 어르신들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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