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가수들 인기 예전 못지 않네”
“원로가수들 인기 예전 못지 않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5.04 18:48
  • 호수 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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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 유랑극단, 4일 충무아트홀서 창립 공연
▲ 원로가수 명국환(77)씨가 뽀빠이 이상용(67) 단장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5월 4일 충무아트홀 대강당. 원로가수 명국환(77)씨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서 ‘와~’하고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그동안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원로가수에 대한 뜨거운 환대였다.

명국환씨가 밴드 연주에 맞춰 ‘방랑시인 김삿갓’을 구성지게 부르자 관람객들도 노래를 따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곳곳에서 ‘오빠 멋있어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라는 함성이 쏟아져 나온다.

명국환씨 무대가 끝나자 곧 이어 긴 머리를 질끈 묶은 가수 자니리가 ‘뜨거운 안녕’을 열창한다. 1300여명의 어르신들로 가득 찬 객석의 열기는 어느 공연보다 뜨겁다.

이날 무대는 원로가수와 코미디언으로 구성된 ‘뽀빠이 유랑극단’ 창단 첫 공연. 서울 중구가 어버이날을 맞아 주최한 행사다.

뽀빠이 유랑극단은 이상용씨가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여가 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젊은 시절 추억과 향수를 선물하고자 원로가수와 코미디언 24명을 모아, 극단을 창단했다.

이날 무대에는 단장으로 있는 뽀빠이 이상용(67)씨를 비롯해 ‘호수의 소야곡’ 안다성(80)씨를 비롯해 ‘백마강’의 명국환(77)씨, ‘뜨거운 안녕’의 쟈니리(72), ‘빨간마후라’ 쟈니브라더스, ‘여고시절’ 이수미(58)씨 등 1950~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원로가수 10여명 무대에 섰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상용 단장은 “한때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이 40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만큼 뜻 깊은 자리다”며 “다들 신인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열정적으로 무대를 선보일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뽀빠이 유랑극단의 맏형인 안다성씨는 “30년 만에 후배들과 함께 이런 큰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 감개무량하다”며 “이런 기회가 한 두달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에도 지속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1300여명의 어르신들로 가득 찬 객석의 열기는 어느 공연보다 뜨거웠다.
명국환씨도 “전통가요는 충효가요라고 할 정도로 노년세대들이 좋아하는 노래지만 쉽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러한 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70년대 ‘여고시절’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수미(58)씨는 “활동 시기가 20여년 정도 차이나는 대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라며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노래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한다.

쟈니브라더스 멤버인 김 준(71)씨는 “쟈니브라더스 멤버들과 37년 만에 한 무대에 서는 날이다”며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지순애(81·중구 신당2동) 어르신은 “젊었을 때부터 좋아하던 가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뽀빠이 유랑극단은 이날 서울 중구청을 비롯해 전남 함평군(6일), 서울 동대문구(8일), 경기 용인(9일), 서울 노원구(11일), 부산(28일) 등 전국 곳곳의 어르신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박영대 대표(58)는 “어르신들이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지자체와 연계해 나갈 예정”이라며 “반응이 좋아 현재 20여 건의 공연이 잡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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