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우리를 늙게 만드는 것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우리를 늙게 만드는 것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2.08.22 11:33
  • 호수 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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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나이가 들면 늙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연령주의’에서 비롯돼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가지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회복되고

 새로운 것 배우고 도전할 수 있어

‘늙는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신체·정신적 능력이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건강이 약해지는 것이지만 흔히들 ‘나이 드는 것’과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 ‘나이 드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늙는다는 말은 나이 든다는 말과 크게 다르다. 다시 말해서 나이 든다고 반드시 늙게 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늙는다는 것과 나이 든다는 것이 다른 의미지만 대부분의 경우 늙는다는 것은 곧 나이 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드는 것 그 자체만으로 실제로 사람이 늙게 되고, 늙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나이를 늙음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은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사회 대부분의 사람이 정확히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인지 따져보지는 않고, 자기 주위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자기 생각과 같거나 비슷하면 그대로 믿는 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나이 정도로 늙음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연령주의를 그대로 믿는다. 

연령주의(ageism)는 ‘연령을 근거로 사람의 건강상태, 능력, 생각과 태도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즉, 연령주의에서는 나이 드는 것이 바로 늙는 것이라 판단한다. 연령주의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연령주의 관련 사항들 대부분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고, 과장되고, 편향되고, 부정적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연령주의가 사회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기에 많은 노인들 자신도 그대로 받아들여 사실로 믿고, 믿는 대로 행동한다. 즉 노인들 스스로 자신을 능력 없고 기억력과 학습능력도 떨어지고, 건강도 나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노력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이 나이에…”, “지금 와서 해봤자…” 등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 엘렌 랭어는 연령주의는 부정적 고정관념이며 긍정적 가능성을 좀먹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 지목하고 있다. 연령주의는 나이 드는 것이 늙어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노력하려는 의지를 꺾게 만든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연령주의는 실제로 우리를 늙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 사람의 신체적 및 정신적 기능이나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사회적 및 심리적 현상을 말하는 이론이나 법칙, 심지어 많은 의학적 이론이나 법칙까지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좀 더 높다고 말할 뿐이므로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노력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나빠질 가능성에 집착하지 말고 더 좋아지거나 별 영향이 없게 될 가능성도 클 수 있다는 점에 집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여 성공하거나 목표를 달성한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보고 듣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트리니티대학 신경심리학 교수 이안 로버트슨은 “자신감은 자기에게 실현 가능함과 자기가 실행 가능함을 믿는 마음의 상태”라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감은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그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행동(노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자신감은 늙는 것의 많은 부분을 지연시키거나 질병을 치료하거나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을 지키고 회복하게 해주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게 만든다. 자신감은 용기와 희망을 주고,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게 만드는 큰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 성장과 발달에 관한 많은 연구결과에서 말하고 있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발달(발전)한다고. 인생 후반기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면, 신체·정신적 기능과 능력 면에서 노력하면, 회복되고, 유지되고 더 발전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70세 나이에 한국전에 참전했던 맥아더 장군이 애송했던 사무엘 얼만의 ‘청춘’(youth)이라는 시는 청춘은 인생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한 상태라 했고, 단지 연령의 숫자로 늙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노래했다. 그리고 황폐해진 이상, 열정의 상실, 자기 불신은 우리를 늙게 만들지만, 경이로운 것에 대한 매혹, 끊임없는 욕망, 희망, 희열, 용기, 힘이 있다는 확신은 사람을 젊게 만든다고 했다. 

사람을 늙게 만드는 연령주의 생각에서 벗어나 긍정의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믿고, 그 가능성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위에 용기와 끊임없는 열정으로 노력한다면 인생 후반기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청춘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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