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주도 ‘신 경로당 문화’ 만든다
회원들 주도 ‘신 경로당 문화’ 만든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9.02 13:42
  • 호수 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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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한숲5단지 경로당, 재능기부로 프로그램 운영
경기 용인시 한숲시티5단지경로당은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강사로 나서 서예, 미술, 태극권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프로그램 자립형 경로당’이라는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매일 오전 6시 진행되는 경로당 태극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숲시티5단지 경로당 회원들.
경기 용인시 한숲시티5단지경로당은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강사로 나서 서예, 미술, 태극권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프로그램 자립형 경로당’이라는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매일 오전 6시 진행되는 경로당 태극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숲시티5단지 경로당 회원들.

지자체 지원 없이 회원들이 서예‧태극권 교실 강사로 나서 

평택 힐스테이트지제역경로당, EM흙공으로 하천 수질 개선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8월 2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5단지 경로당에는 타 경로당에서 볼 수 없는 생소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중 프로그램 안내문’에는 경로당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이 소개돼 있던 것. 매일 새벽 6시 진행되는 태극권을 비롯해 서예, 미술, 탁구 등 복지관 못지않은 구성이었다. 놀라운 점은 백세체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경로당 회원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박준 한숲시티5단지경로당 회장은 “매일 바삐 돌아가는 프로그램 덕분에 경로당이 하루종일 활기차다”고 말했다. 

최근 노인회와 경로당이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전된 노인상을 만들어나가며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 지원 없이 경로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데서 벗어나 치어 방류 등 생태계를 보전하는 활동으로 봉사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숲시티 5단지 경로당의 경우 2019년 문을 연 후 3년 만에 회원수 200명을 넘기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주중 내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프로그램 자립형 경로당’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경로당의 초대회장을 맡은 이박준 회장은 경로당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하다 대중들에게 각인된 ‘술 마시고, 담배 피고, 고스톱이나 치는 곳’이란 이미지를 깨야 한다는 제1 원칙을 세웠다. 회칙 등을 정비해 기강을 세운 그는 회원들간 유대감 형성과 화합을 위해 단체카톡방도 개설했다. 

하지만 운영에 대해선 여전히 뾰족한 해법이 없었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경기도에서 2019년까지 진행했던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 사업이다. 지자체에서 일정 예산을 경로당에 지원하고 각 경로당은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을 하는 사업이었다. 이 회장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경로당을 작은 복지관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다만 강사를 섭외할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이 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2300세대 이상 대단지 주민들 중 재능을 갖춘 이들이 많을 것이라 여겨 단체카톡방에 자원봉사할 재능기부자를 모집했다. 

가장 먼저 경로당을 찾은 이는 대림대 태극권 초빙교수를 지난 한광섭 사범이었다. 초기에는 한 사범과 소수만 참여했던 태극권 프로그램은 입소문이 나면서 하나둘 참여자가 늘기 시작했다. 

이어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2회, 서화작가협회 대상 등 수상 경력을 가진 지미애(72) 서예가, 70세에 붓을 잡아 대한민국 금파서예술대전 금상을 수상하는 등 늦깎이 예술혼을 불태우는 방철자(87) 작가 등이 재능기부자로 나서며 활동프로그램이 내실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 프로그램별로 운영회장을 선발해 자율성을 높였고 물감 등 미술도구가 필요한 서예‧미술 등은 매월 1만원의 회비를 걷어 운영된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생활영어, 민요 등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프로그램이 꽉 차 있는 상태다. 

만족도도 높다. 강사 수준이 높은 데다가 버스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복지관과 달리 틈틈이 개인지도도 해주고 있는 것. 실제로 복지관을 이용하다 경로당으로 옮긴 회원들도 많다. 이박준 회장은 “복지관에서 서예를 배울 때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는데 지미애 선생님의 개인지도 덕분에 실력도 늘고 서예에 흥미를 붙인 회원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경로당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바뀌었다. 고령의 입주민이 입주할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경로당에 찾아가 보라고 권할 정도로 주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이인영 용인시 처인구지회장은 “한숲5단지경로당처럼 규모가 있는 경로당이 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 새로운 경로당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또한 효소를 하천에 투척해 수질개선을 꾀하고, 치어를 방류하는 등 기존과 달리 보다 적극적인 환경보호 활동에 나서는 경로당과 노인회도 있다. 경기 평택시 힐스테이트지제역경로당 회원들은 8월 23일 통복천에서 직접 만든 EM효소흙공 투척으로 하천 정화 활동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EM효소흙공은 황토와 유익한 미생물 수십종을 조합‧배양한 EM효소액을 섞어서 빚은 것으로 2주간 건조‧발효시켜 완성된다. 하천에 투척하면 약 6개월간 하천 내 녹조와 악취, 독성을 제거하고 유기물을 분해해 수질개선에 탁월하다. 소도영 경로당 회장은 “평소 회원들이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다”면서 “이번 활동이 통복천 수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노인회 대전 서구지회(지회장 김병구)는 8월 20일 관내 정림중학교 옆 갑천에서 붕어, 메기, 빠가사리, 대농갱이, 뱀장어 등 토종 물고기 치어 3만여 마리를 방류했다. 또한 관저동 옥녀봉에서 나무 곳곳에 새집 달아주기 활동도 전개했다. 김병구 지회장은 “앞으로도 생태계 보존을 통해 자연과 공생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딱딱했던 월례회의가 진행되기 전 작은 공연을 개최하며 색다른 회의 문화를 제시한 분회도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3동분회는 매월 월례회의 때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경로당 회원, 지역 가수 등을 초청해 미니콘서트를 열고 있다. 8월 회의 땐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초청했다. ‘로망스’, ‘고향이 좋아’ 등을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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