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50년만에 원주민 배우에 사과한 미 아카데미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50년만에 원주민 배우에 사과한 미 아카데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9.02 14:20
  • 호수 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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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영화 ‘대부1’(1973)의 주인공인 ‘돈 꼴레오네’의 명대사로 현지까지도 많은 대중문화에서 꾸준히 인용되고 있다. ‘돈 꼴레오네’를 연기한 말론 브란도(1924~2004)는 조직 보스의 교과서적 연기를 정립하며 이듬해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사실상 예약했다.

1974년 아카데미 시상식, 당연히 그의 이름이 호명됐다. 그런데 시상식에 오른 사람은 미 아파치족 원주민 출신 배우 ‘사친 리틀페더’(72)였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 말론 브란도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을 차별하는 할리우드에 항의하는 의미로 수상을 거부했다. 리틀페더는 원주민 전통 복장을 입고 말론 브란도 대신 단상에 올라 그의 성명서를 대독했다. 하지만 이후 반응은 싸늘했다. 격한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이후 연기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 연방정부까지 나서서 리틀페더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최근 말론 브란도와 리틀페더의 용기 있는 이 행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73년 당시 시상식을 주관한 아카데미 전 회장 데이비드 루빈이 리틀페더에게 서신을 보내 사과한 것이다.

“당신이 견딘 학대는 부당하고 정당하지 않았다. 당신이 겪은 부담과 경력의 희생은 돌이킬 수 없다. 너무 긴 세월 당신의 용기가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깊은 사과를 표하고 진심으로 당신을 존경한다.”

이와 함께 아카데미 측은 차기 오스카 시상식에 리틀페더를 초청해 정식으로 사과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지난 광복절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다. 일본 기시다 내각 각료들이 전범들을 추모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묵인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같은 전범국가인 독일이 지속적으로 사과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일본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사과는 잘못을 바로잡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음주운전, 마약 등으로 연예계를 떠날 뻔했지만 빠른 사과로 대중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반면 병역기피 혐의로 영구추방된 스티브 유(유승준)와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한 개그맨 이모 씨 등은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다 사과의 골든타임을 놓쳐 완전히 외면받게 됐다. 

사과는 ‘어린이집’에서도 가르치는 기본 중 기본이다. 어린이만 못한 나라가 되고 싶지 않다면 일본은 이제라도 이용수 어르신 등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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