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국민적 구상권”
[백세시대 / 세상읽기] “국민적 구상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9.02 14:28
  • 호수 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기자는 수년째 전국을 돌며 노인 회장들을 만나오고 있다. 가는 곳마다 해당 지역에서 뉴스의 초점이 됐던 사건을 현지 어르신들에게 묻곤 한다. 가령 울산에 가면 “‘문재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을 어떻게 보시나?”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4대강 보(洑) 해체 얘기가 나오는 지역에 가선 “이명박 정부가 만든 보 때문에 농사짓는데 불편한가”, “녹조현상의 심화 등 수질이 오염 됐나”등을 묻는다. 그럴 때마다 현지 어르신들은 “보를 만들고 나서 오히려 좋아졌다”며 “홍수, 가뭄 피해도 사라졌다”고 보의 순기능을 알려 준다. 

기자가 이어 “그런데 왜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진보성향의 언론·학자들은 보가 수질 오염, 극심한 용수 부족 현상의 원인이라며 신속한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나”라고 묻는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평생 여기서 살아온 우리가 더 잘 알지”라고 대답한다.

4대강 보에 관한 어르신들의 말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부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에서 강물의 녹조 현상 등을 부각시키며 환경평가를 조작해 해체 결정을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환경부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내린 5개 보 해체 결정 과정이 법적 근거도 없고, 비과학적 기준을 적용했으며, 평가에 참여한 민간위원이 편향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문 정부가 수질 평가에 쓴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란 항목은 오차가 심해 최근에는 수질평가에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수질이 악화됐다는 결론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보 해체 업무를 추진하는 주체이다. 4대강 보 관할은 국토교통부 소관인데도 문 정부는 대통령 훈령을 통해 이를 환경부가 중심이 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이 위원회에 보 개방에 따른 환경평가를 맡겼고, 이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 직속의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수백억의 비용이 들어가는 보 해체를 결정한 것이다. 

조사평가위원회(15명)는 공무원 7명과 민간위원 8명으로 구성됐는데 민간위원 대부분을 4대강 반대 활동가나 반대 저서, 논문 집필자로 뽑았다. 즉 문재인 정부는 보 해체 결정을 미리 정해놓고 짜맞추기 식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영산강 죽산보는 1년 반 동안 수문을 열어놓자 수질이 되레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었다. 보를 완전히 해체하면 수질이 나빠질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작년 2월 따로 공개된 환경부의 3년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더라도 수문 개방 후 금강·영산강의 수질 측정값 30가지 중 28가지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4대강 사업 이후 본류 유역의 가뭄과 홍수 피해가 거의 사라지는 등의 이익은 아예 무시했다.

잘 알려졌듯이 탈원전도 조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원전 암흑시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월성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라고 단 댓글로 시작된 탈원전은 산업부 장관이 앞장선 가운데 협박·조작으로 속전속결 진행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원전기술 및 수출능력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최근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 계약에서 보듯 러시아가 주 사업 파트너이고  우리는 하청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만약 탈원전이 아니었다면 사업 전체를 대한민국이 수주했을 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보 해체 근거 마련을 위한 반복적인 조사와 위원회 활동 등에 소요된 많은 사회적 비용, 탈원전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으로 국가경제에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책임지지 않는 불합리한 일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특별조사기구를 만들어 4대강 보 해체, 탈원전 등으로 국가와 국민이 당한 피해를 낱낱이 밝혀내 그에 대한 ‘국민적 구상권’을 문재인 정부 사람들에게 청구해야 한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는 집어치워라. 그래야 다음 대통령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