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엄한 노인일자리만 날렸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엄한 노인일자리만 날렸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9.26 11:05
  • 호수 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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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내가 낸 돈을 국가는 어떻게 쓰고 있나”.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그 답을 찾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몇 푼 싸게 파는 주유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거나 최저가를 찾기 위해 수 시간씩 인터넷을 뒤지면서도 피땀 흘려 번 수 백 만원의 돈을 누가,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해 방관하는 건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국가를, 대통령을, 국회의원을, 공무원을 믿고 그들에게 맡기는 것인데 과연 이들이 내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지경인데 최근 의심했던 바대로 혈세가 마구 낭비되는 사례가 두 눈으로 확인됐다. 바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이 그것이다. 

이 단체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다. 이 단체는 4년간 세금 547억7100원을 쓰고도 사실상 아무런 결과 없이 최근 해산했다. 이들은 조사하고, 조사하고, 또 조사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해 “외력 충돌 외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며, 외력이 침몰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애매모호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한마디로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참위는 2018~2022년 총 10차례 해외 출장을 갔다. 사참위는 2020년 2월, 6박 8일간 러시아, 폴란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비는 무려 1658만원이다. 그래놓고 결과 보고서는 한글 70자 분량이었다. 70자는 한글 10포인트로 A4용지 딱 두 줄도 되지 않는다. 1700만원이나 쓰면서 다녀온 해외출장의 보고서가 종이 한 장 달랑, 그것도 단 두줄에 그쳤다면 이걸 누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등 상세 일정과 조사를 통해 취득한 해외 정보 등을 낱낱이 보고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분명한 추궁이 있어야 한다.

가습기 사건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참위는 2019년 11월 인도, 영국 출장에 2189만원을 썼다. 그렇지만 조사 대상자가 면담을 거부했다고 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1950년대 발생했던 일본의 미나마타병 대응에서 교훈을 얻겠다며 일본을 5박6일 다녀온 출장에 745만원을 쓰기도 했다. 과연 그 병과 가습기 질환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고,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았다.

사참위는 기본 경비로 204억7300만원, 인건비로 184억원3400만원을 썼다. 전체 예산의 71%가 조직 유지에 들어갔다. 진상 규명을 명분으로 혈세를 받아 문재인 정부는 자기편 밥그릇을 챙긴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좀 다를까.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이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24조원을 마련했다. 대부분 기존사업 예산을 없앴거나 깎아서 만든 것이다. 역대 정부가 통상 10조원 안팎의 기존예산 구조조정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역대급 예산칼질이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피해의 불똥이 엄한 노인에게 튀었다. 공공형 노인일자리 예산을 줄여 내년에는 일자리 6만개가 넘는 공공노인일자리가 사라진다. 노인 빈곤률 1위 국가로서 노인복지를 늘려도 부족할 판에 줄인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사참위 같은 흥청망청 예산 낭비 사례를 없앤다면 굳이 가난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용돈벌이’에까지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 국가 살림을 조금만 더 촘촘히 들여다보면 수 십 조원이란 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인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당장 기초연금 40만원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고, 부부 연금 20% 삭감 식의 ‘찌질한’ 정책은 내버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조금이나마 노인 빈곤 탈출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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