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직한 후보2’, 정치인이 거짓말 못하게 돼 벌어지는 해프닝 2탄
영화 ‘정직한 후보2’, 정치인이 거짓말 못하게 돼 벌어지는 해프닝 2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9.26 14:17
  • 호수 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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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전작에 이어 또다시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의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담고 있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이번 전시에서는 전작에 이어 또다시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의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담고 있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청룡영화상 거머쥔 라미란 주연 후속작… 김무열‧윤경호‧박진주 등 출연 

‘진실의 주둥이’ 재발에 비서실장도 거짓말 못해… 관객들 배꼽 잡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비바람이 몰아치는 강원도의 한 방파제. 남매로 보이는 한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의 정체는 강원도지사 주상숙과 그의 비서실장인 박희철이다. 도정과 관련된 은밀한 대화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울시장 낙선으로 정치 인생이 끝날 뻔했다가 극적으로 재기한 주상숙과 그녀의 곁을 끝까지 지킨 박희철은 남매처럼 가까운 사이지만 거친 단어만 골라 사용하며 서로를 향한 ‘진실’만을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다툼은 긴장감이 아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거짓말을 못하게 된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진실만을 말하게 된 정치인의 이야기로 호평받은 ‘정직한 후보’가 2편으로 돌아왔다. 9월 28일 개봉하는 ‘정직한 후보2’는 퇴물 정치인에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도지사가 된 ‘주상숙’(라미란 분)을 중심으로, 또 다시 ‘진실의 주둥이’가 발동해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다룬다. 특히 전작에서 주상숙이 친 사고를 각종 ‘거짓말’로 무마해줬던 ‘박희철’(김무열 분)도 함께 진실만을 말하게 되면서 웃음의 강도를 높였다.   

이번 작품은 ‘진실의 주둥이’ 때문에 선거에서 지고 반강제로 고향인 강원도로 낙향하게 된 주상숙의 초라한 모습을 담으며 시작한다. 선거 비용으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은 그녀는 어민으로 살아가며 호시탐탐 재기를 노린다. 보좌관에서 대리운전기사가 된 박희철은 이런 그녀에게 여의도에 떠도는 이야기를 전하며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던 중 주상숙은 우연히 운전미숙으로 바다에 빠진 청년을 구조하게 되고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때마침 강원도지사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보궐선거에 출마해 극적으로 당선되며 강원도청에 입성한다.

박희철 또한 비서실장으로 합류하게 되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도민들을 위한 행보에 나선다. 도지사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것부터 시작해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을 모두 재검토하며 야심차게 출발하지만 곧 위기가 닥친다. 그녀가 건설사업을 모조리 중단하자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항의하는 도민들이 늘어난 것. 이때 도청 건설교통국장 조태주(서현우 분)가 주상숙에게 “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연임이 필수”라고 말하며 적체된 사업들부터 처리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토지사업이 필요하다며 강릉의 새 랜드마크가 될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르 강원’ 사업을 밀어붙인다.

조태주의 조력 덕분에 주상숙의 지지율은 점차 올라가고, 강원도는 전국 광역지자체 평가 1위까지 오른다. 다시 권력의 맛을 본 그녀는 과거 3선 국회의원 시절로 돌아간다. 재선 출마를 앞둔 시점에서 ‘르 강원’과 관련한 각종 잡음이 들려오지만 이 마저도 외면하려 한다. 그리고 이때 ‘진실의 주둥이’가 재발한다. 문제는 그녀가 치던 사고를 든든하게 수습하던 박희철도 함께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도지사로서의 행보가 엉망진창이 되고 재선 역시 위기를 맞는다. 

올해 극장가의 특징 중 하나는 코미디물 속편의 강세다. 범죄도시2가 1269만명을 동원했고 공조2 역시 개봉 2주만에 500만 관객을 모았다. ‘정직한 후보2’는 이러한 코미디물 속편 강세의 바통을 이어갈 작품이다. 그만큼 웃음은 확실하다.

전작에서 화려한 ‘원우먼쇼’를 펼치면서 코미디 작품으로는 드물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라미란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 정점을 찍는다. 억척스러운 어민, 초심을 찾은 정치인, 인기에만 집착하는 부조리한 도지사, 그리고 진실의 주둥이로 사고뭉치가 된 주상숙을 자유자재로 연기하며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뒤 터득한 노하우 덕분에 혀를 깨무는 등의 위기 탈출 방법, 북한 지도부를 향한 거침없는 언행 등도 통쾌한 재미를 준다.

전작에서는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던 김무열은 주상숙과 함께 진실의 주둥이가 발동한 박희철을 연기하며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한다. 그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벌인 행동과 이로 인해 촉발된 상황은 이번 작품의 백미다.

조연들의 보조도 빛난다. 주상숙의 철부지 남편 ‘봉만식’과 시누이 ‘봉만순’을 각각 연기한 윤경호와 박진주, 그리고 도청 실세 조태주로 분한 서현우의 연기는 극의 활력을 더한다.

또 이번 작품은 접경지역인 강원도를 배경으로 삼아 남북 갈등, 토건 비리, 전시 행정 등 정치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타성에 물든 정치인으로 돌아온 주상숙이 예산이 부족해지자 경로당 난방비부터 삭감하는 장면은 윤석렬 정부의 기조와 묘하게 오버랩되며 쓴웃음을 짓게 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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