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덕 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장 “노인을 놀게 해선 안 돼…새로운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정희덕 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장 “노인을 놀게 해선 안 돼…새로운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0.04 09:31
  • 호수 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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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운전자 면허증 갱신 시 온라인교통안전교육, 지회 컴퓨터실서 수강

보은군수, 노인에게 잘 하려 많은 노력… 경로당에 탁자·의자 등 보급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노인은 사회로부터 대접을 받아야 한다. 또 노인을 그냥 놀게 두어선 안 된다.”

지난 9월 말, 정희덕(78) 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장은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묻자 이 같이 대답했다.  

빈곤한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주역인 노인에 대한 복지를 소홀히 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노인도 아무것도 안한 채 뒤로 빠져만 있으면 안 되고 일이든 봉사든 사회 참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다.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말 속에는 ‘대접 받을 권리’의 뜻도 내포해 있다.

보은 군민은 3만3000여명, 노인 인구는 1만2000여명이다. 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에는 11개 읍면 분회, 288개 경로당, 회원 1만800여명이 있다. 

정희덕 보은군지회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보은군의회 의원을 지냈다. 경로당 회장, 보은읍분회 부회장을 거쳐 2020년 3월에 제16대 보은군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보은군지회 건물 주변에 여러 계층의 복지시설이 몰려 있다. 

“노인회관을 비롯해 청소년, 장애인, 유아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다. 도서관, 영화관 등 문화예술 공간도 있다.”

-‘노인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오늘날과 같이 잘 사는 국가가 되기까지 노인의 희생과 헌신을 망각해선 안 된다. 마을길도 넓히고 담도 쌓아본 노인들은 모래, 물, 자갈이 몇 프로씩 배합돼야 시멘트 양성이 최적화된다는 걸 안다. 이처럼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한 그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노인을 놀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새로운 노인 일자리를 자꾸 늘려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안 하는 거지 일을 안 하려는 게 아니다. 단 체력이 젊은이와 다르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가령 사과를 따더라도 8시간 하지 말고 2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8시간을 따지 못한다고 노인은 안 된다는 말만 하지 말고, 2시간만 쓰고 그 만치의 수당을 주면 된다. 그런 일자리를 정부가, 지자체가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일자리인가.

“제가 취임해서 시작한 일자리 중에 ‘도라지 가공’이 있다. 도라지 가공공장엔 일할 사람이 부족할 뿐더러 많은 인력을 수용할 공간도 없다. 공장에서 초벌 세척을 한 도라지를 경로당에 갖다 주면 노인들이 앉아서 고구마 껍질 깎듯이 껍질을 깐다. 이 작업을 마친 도라지를 공장 사람이 와서 가져가면 공장은 고정인력·시설운용 등의 비용이 줄어들어 좋고, 노인은 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좋고 양쪽이 서로 좋은 일이다.”

정희덕 충북 보은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맨 오른편이 최원영 사무국장.
정희덕 충북 보은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맨 오른편이 최원영 사무국장.

-공공일자리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매년 800명 이상 참여해왔다. 올해는 9988행복지키미, 경로당도우미, 시니어안전모니터링 등 713명이다.”

-‘9988행복지키미’는 무언가.

“노노케어이다. 전화로 독거노인 안부를 확인하고 연락이 안 될 때는 찾아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일들을 한다. 노인 한 사람이 여러 명의 노인을 케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자리이다.”

-취임 2년째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먼저 고령운전자 면허증 갱신 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3년마다 면허갱신을 해야 하는데 그때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온라인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 사용이 불편한 노인들은 여기서 청주까지 나가 운전면허시험장을 직접 방문해 수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지회 컴퓨터실에서 사무국 인력을 활용, 매주 금요일 오후에 최대 12명씩 교통안전교육을 진행해 면허증 갱신의 불편함을 일부 해소했다.”

-또 다른 사업은.

“경로당 탁자 보급이다. 근력이 떨어진 노인들은 앉았다 일어설 때 다리 힘이 없어 최소 세번은 돈다. 최재형 보은군수께서 노인에게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계신다. 이번 추경에 5500여만원을 편성해 38개소 경로당에 탁자와 의자를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 한 곳 당 150여만원이 소요되는 큰 사업으로 호응이 좋으면 앞으로 전 경로당에 확대할 예정이다.”

-비좁은 경로당에는 탁자를 놓을 공간이 없을 텐데.

“그런 곳엔 탁자 크기를 줄이면 된다.” 

정 지회장은 그밖에 ▷장수사진 촬영 ▷취미교실 운영 ▷각종 체육대회 개최 ▷경로당 취미교실 확대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 지회장은 “지난 9월 21일 제1회 지회장기 우드볼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며 “총 750만원을 편성해 게이트볼대회(3회), 그라운드골프대회(1회) 등 5개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수사진 촬영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회 3층에 스튜디오를 만들어놓고 예약된 회원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사진촬영을 한다. 보은사우회, 보은군다문화센터, 이·미용자원봉사자 등 20명으로 구성된 보은사우회 자원봉사단이 분장해주고, 사진촬영 후 액자에 넣어 전달해준다. 지회에선 촬영용 한복을 준비해놓았다. 제대로 된 사진이 없는 노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소개할 만한 취미교실은.

“우리가 바둑·당구·탁구·노래교실·요가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취미교실 16개를 운영 중이다. 그 중 올여름에 시작한 ‘부채 만들기’가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인쇄된 도안에 원하는 색을 칠해 부채를 완성하는 것이다(정 지회장은  완성된 부채를 활짝 펴 보이며 사진촬영에 응했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군 제대 후 보은군청 등에서 33년간 봉직했다. 건설과에 있을 당시 홍수로 보청천이 범람해 마을 일대가 침수되고 수십 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그때 여직원이 만삭이라 혼자서 중장비 동원하는 등 복구 작업에 매달렸던 일이 잊히지 않는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군 의원을 한 번만 하고 초·중·고 동문회장, 어린이집 원장 등을 지냈다. 부락의 경로당에서 나오라는 권유를 받고 그곳에서 회장을 3년 했다. 전임 지회장 임기 만료로 치르게 된 지회장 선거에 출마 권유를 받았다.”

정 지회장의 선거 압승 원인 중 하나가 지회에 납부하는 회비를 줄이는 대신 그만큼을 분회로 돌리겠다는 선거공약이었다는 후문이다. 

정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의 사회참여를 재차 강조하며 “노인은 국가의 일이든, 부락의 일이든 앞으로 나서야 한다”며 “자원봉사가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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