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18] 주색은 올바름, 군자 의미… 자색은 그릇됨, 소인 뜻해
[한국의전통色이야기 18] 주색은 올바름, 군자 의미… 자색은 그릇됨, 소인 뜻해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
  • 승인 2022.10.04 10:25
  • 호수 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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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朱紫) ②

주(朱)색은 오행의 두 번째 색인 적(赤)색 대신 사용되기도 한다. 고구려 쌍영총의 남방 신수(神獸)를 주작(朱雀)이라고 부른다. 

적색과 주색은 시각적으로 매우 다른 색이지만 오행에서는 남방의 색으로서 같은 색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청춘(靑春), 주하(朱夏), 백추(白秋), 현동(玄冬)이라고 각각 표현한다. 

적색‧주색은 같은 색으로 사용

한국사에 기록된 주색은 적색보다 색명 이외의 여러 가지 의미와 관련된 용어로 사용된 기록이 많다. 자색(紫色)은 북방 흑색과 남방 적색을 배합한 간색이다. 

색명이 아닌 한 단어로 주자(朱紫)가 사용될 때에는 고위관직을 의미한다. 그러나 두 가지 색명으로서 정색(正色)인 주(朱)색과 간색(間色)인 자(紫)색으로 사용될 때에는 상반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때의 주(朱)색은 올바름(正), 군자 등을 의미하고 자(紫)색은 그릇됨(邪), 소인 등을 의미한다. 

◎정색(正色)이라고 말하는 것은 순수해서 뒤섞이지 않은 것이며, (......) 간색(間色)이라고 말하는 것은 뒤섞여서 순수하지 않은 것이다. 옛 사람이 귀한 것은 순수한 것이며, 천한 것은 뒤섞인 것이라 말한 것은 이와 같습니다.<순조 10년> 

주자지분(朱紫之分)은 옳고, 그름의 구별(또는 분별)을 뜻한다.

◎전하께서는 깊은 마음으로 멀리 보시고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시어 날로 성학을 힘쓰시고 성덕을 새롭게 하소서. 주자지분(朱紫之分)을 살피시고, 묘유지변(苗莠之辨: 벼와 하루살이 풀의 구별)을 살피시어 정도(正道)를 밝히시고 사설(邪說)을 배척하시며, (......) 공손, 검소, 절약하시고, 백성을 사랑하시고 근본을 중히 여기소서<선조 17년> 

‘朱紫之分’은 옳고, 그름의 구별

◎근래 조정의 의논이 더욱 둘로 흩어져 남 보기 좋지 못한 기색이 아름답지 못하고, 제왕의 교명은 애석하게 단절되었으니, (......) 예로부터 임금은 이것을 싫어했지만 갑자기 변별하려고 하면 주자역란(朱紫易亂: 옳고 그름이 쉽게 혼란)하여 남을 헐뜯고 아첨하는 자들이 이에 편승합니다.<효종 5년> 

◎소인은 쉽게 친하고 군자는 소원하기 쉽다. 이것을 명료하게 분별해 선명하게 나타내지 않으면 주자상란(朱紫相亂: 군자와 소인이 서로 어지럽힘)을 명백히 피할 수 있다.<숙종 28년>

◎진실로 묘유지변(苗莠之辨)과 주자(朱紫)의 해가 있는 것은 엄격하게 사양하시고 간절히 물리치시는 것이 마땅하니<영조 2년> 

◎의례절차에서 주자(朱紫)의 비평을 옛사람은 송사에 비교했으니 참으로 미리 터득한 정확한 논리이다.<정조 20년> 

그 외에 ▷자적란주(紫的亂朱: 邪가 正을 어지럽힘), ▷오자공기란주(惡紫恐其亂朱: 악이 선을 어지럽힐까 염려함), ▷찰주자지분(察朱紫之分: 선과 악의 구별을 살핌), ▷자능모주(紫能冒朱: 악이 선을 범함), ▷자주혼애(紫朱混矣: 악과 선이 뒤섞임), ▷자주난별(紫朱難別: 악과 선을 구별하기 어려움) 등으로 기록되었는데 문맥에 따라 주(朱)와 자(紫)는 선-악, 옳고-그름, 군자-소인의 의미로 사용 되었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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