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금 가고 물 새는 집
꽃 피고 열매 주렁한 날들 얹으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
시멘트 금 간 사이를 뚫고 바늘꽃과 유홍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어떻게 저런 곳에 터를 잡았을까 싶다가도 저토록 질긴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감탄한다.
오직 꽃 피우고 열매 맺기 위한 씨앗의 본능인 것인지 아니면 환경에 순응하는 자연의 섭리인 것인지 나로서는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저 꽃들처럼 우리네 삶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어도 내가 뿌리내리고 자식 낳고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면 그곳이 가장 아름다운 자리인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치솟는 물가에, 희망이라고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어도 어디에선가는 저 꽃과 같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바탕을 이루며 하루하루를 열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은 ‘아직은 환하다’고 언젠가는 웃으며 옛말할 날 올 거라고 또 하나 작은 씨앗을 땅에 심는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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