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찌그러져 보이는 ‘황반변성’… 방치 땐 ‘실명’ 위험
사물 찌그러져 보이는 ‘황반변성’… 방치 땐 ‘실명’ 위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0.04 13:38
  • 호수 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반변성의 증상과 치료

60대 이상이 환자의 83% 차지… 흡연·비만·고혈압 등이 악영향 끼쳐

암슬러 격자로 자가진단 가능… 비정상 혈관 막는 항체주사로 치료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이명임(64) 씨는 어느 날부터 TV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 중심에 위치한 사물이 흐리게 보였다. 노안이 더욱 심해져 그런가보다고 생각한 이씨는 눈의 피로감을 덜기 위해 몇 시간에 한 번씩 휴식을 취했지만 증상은 여전했다. 결국 아들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신체기관 중 항상 외부에 노출된 눈은 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안질환 중 하나인 ‘황반변성’은 안구 내의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신경조직인 황반부에 변성이 생기는 것이다. 시력이 감소하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일어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는 지난 4년 새 2.3배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황반변성 진료 환자의 연령은 70대가 32.9%로 가장 많았고 60대(31.6%), 80세 이상(18.6%) 순이었다. 60세 이상이 진료인원 중 83%를 차지한 것이다.

정은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은 60세 이상 인구 실명의 주요 원인”이라며 “병명과 같이 노화와 관련이 있어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병으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황반변성 환자도 증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황반변성의 원인

황반변성이 생기는 이유는 모세혈관 장애에 따른 저산소증으로 인해 망막과 맥락막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고, 이 혈관에서 누출된 혈액이나 액체가 시력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혈관을 생성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노화를 들 수 있으며 이 외에도 흡연, 고지방‧고열량 식습관, 스트레스, 비만, 고혈압, 가족력 등의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젊은 환자 중에서도 고도근시와 같은 위험인자가 있으면 생길 수 있다.

◇황반변성의 증상

황반변성 초기에는 환자 스스로 뚜렷한 이상 증세를 찾기 어렵다.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에는 시력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좋으면 시력이 다시 회복되기도 한다. 조금 더 진행되면 부엌이나 욕실의 타일, 건물 등의 선이 물결치듯 굽어보이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사물의 중심이 보이지 않아 시야에 공백이 생기거나 중심 부분이 지워진 듯 보이지 않게 된다.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만 발병한 경우에는 반대쪽 눈을 사용해 이상을 느끼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황반변성의 종류는 건성 황반변성과 습성 황반변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에 ‘드루젠’이라 하는 물질이 침착되거나 망막과 맥락막 사이에 있는 세포층이 위축된 경우를 말한다. 이는 황반변성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심한 시력상실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습성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밑에 신생혈관이 자라서 생긴다. 이러한 신생혈관은 황반부에 출혈 등을 일으켜 중심시력에 영향을 주며 진행속도가 매우 빨라 심한 경우, 수 주 안에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다.

◇황반변성의 진단

황반변성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검사법은 ‘암슬러 격자 검사’이다. 일정한 간격의 바둑판 무늬를 병변이 있는 눈으로 관찰할 때 줄무늬가 휘어져 보이거나 가려져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황반변성 환자로 진단할 수 있다. 

황반변성의 경우 조기 진단만 잘하면 예후가 좋으므로 이상이 느껴진다면 집에서 암슬러 격자를 이용해 자가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암슬러 격자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출력할 수 있다.

◇황반변성의 치료

크게 안구 내 항체주사 치료와 레이저 치료가 있다. 레이저 치료는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특수한 약물인 ‘비쥬다인’을 정맥 주사 후 일정시간 경과한 후에 특수한 파장의 레이저를 병변부위에 조사, 약물을 활성화 시켜 신생혈관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항체주사 치료는 약물을 직접 눈 속에 주사해 신생혈관의 발생 억제와 불활성화를 막는 치료법이다. 습성 황반변성환자를 대상으로 3회 연속 주사(1달 간격)하며, 이후 치료 반응정도에 따라 추가 주사여부를 결정한다. 레이저 치료보다 환자들의 불편감이 덜하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에는 황반변성의 진행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항산화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황반변성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흡연 및 자외선 또한 위험인자가 되므로 금연을 하고, 태양이 강한 날에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정은지 교수는 “황반변성 환자의 대부분은 건성 황반변성으로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한번 손상된 황반 손상은 정상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적절한 치료로 시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