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3명 중 2명 “직접 생활비 번다”
어르신 3명 중 2명 “직접 생활비 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0.17 09:04
  • 호수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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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고령자 통계’로 본 노인 현주소… “노인일자리 축소는 현실과 괴리”

고령자 45.1%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 분담해야”… 의식 변화 뚜렷해

장례, 10명 중 8명 화장 선호… 여가활동은 TV 등 동영상 시청 압도적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12년 노인이 된 김평균 씨는 정부‧사회의 지원보다는 본인이 일하고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아 노후를 보내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또 아내가 가사를 전담하길 원하며 자신의 장례에 대해 매장과 화장 사이에서 고민 중이었다. 가장 선호하는 여가활동은 TV 등 동영상 시청이었다.

2022년 김 어르신의 생각은 조금 변했다. 본인과 가족뿐 아니라 정부‧사회가 노인 부양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일 역시 아내와 분담하고 장례 방법은 화장으로 굳혔다. 다만 여전히 주된 여가활동은 동영상 시청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노인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려는 노인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정부 정책은 역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통계청은 2003년부터 매년 노인의 날에 맞춰 고령인구, 고령화 속도, 자산‧부채, 경제활동 상태, 소득분배 및 의식변화 등 고령자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에도 국가인권실태조사(인권위), 상대적빈곤율(통계청‧한국은행‧금감원 등) 등을 취합‧분석한 ‘2022 고령자 통계’를 발표했다.  

65세 이상 인구 901만8000명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고령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였다. 고령 인구 비중은 2025년 20.5%, 2035년 30.1%를 기록한 뒤 2050년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14%)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도달한 연수는 7년으로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이미 지역별로는 전남(24.5%), 경북(22.8%), 전북(22.4%) 강원(22.1%) 등 도 단위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대도시인 부산(21.0%)까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빠른 고령화와 함께 지난 10년간 고령자의 노후준비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먼저 지난 10년간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고령자들의 견해는 38.3%에서 27.3%로 감소했다.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7.8%에서 49.9%로 높아졌다. 자식에 기대기 보다는 정부‧사회가 부양해주길 기대하는 고령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실제 현실은 달랐다. 10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본인과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고령자 비중은 51.6%에서 65.0%로 13.4%p 증가했다. 3명 중 2명은 직접 벌어 생활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녀와 친척 지원 비중은 39.2%에서 17.8%로 21.4%p 급감했다.

본인과 배우자가 생활비를 직접 마련하는 경우 수입원은 근로·사업소득이 48.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연금·퇴직금 35.1%, 재산소득 10.5%, 예금·적금 6.2% 순이었다. 고령자 대부분이 직접 일을 해서 버는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2023년 예산안에서 대표적인 후기 고령층의 버팀목인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올해 60만8000개에서 내년 54만70000개로 6만1000개를 줄인다고 밝혀 노인 빈곤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6세 이상 은퇴 연령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2020년 40.4%로, 2015년 44.3%보다 낮아졌다. 다만 2019년 기준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에 정부는 노인을 채용하는 민간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젊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여서 70대 이상 고령자는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다. 노인회를 비롯한 노인단체들이 이러한 정책에 우려를 표하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정부 입장의 변화는 없다.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은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대다수가 75세 이상 고령자여서 당장 일자리가 축소된다면 그만큼 피해를 보는 어르신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면서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축소는 철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삶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 2020년 현재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는 45.1%로 2010년보다 18.4%p 늘었다. 반면 부인이 가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는 52.6%로 10년 전보다 19%p 감소했다.

장례 선호 방법 역시 크게 바뀌었다. 2021년 현재 고령자 본인이 선호하는 장례 방법은 화장 81.6%, 매장 17.8%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장례 선호도는 화장은 24.9%p 증가했지만 매장은 21%p 감소했다.

황혼 이혼 남녀 모두 증가세 

황혼이혼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전년 대비 4.5%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남자와 여자의 이혼은 각각 13.4%, 17.5% 증가했다. 재혼 역시 전체 연령층에선 감소했지만 65세 이상에선 증가세가 감지됐다.

그런가 하면, 고령자는 주말(휴일) 여가생활(복수 응답)로 TV를 비롯해 동영상 시청을 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시청 응답률이 무려 88.3%를 차지했으며, 휴식(아무 것도 않고 쉬는 것)은 77.5%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6년간 동영상 시청은 5.2%p, 휴식은 26.2%p 증가했다. 여가 활용에 대해서도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만족도 조사 결과 보통 55.3%, 불만족 27.5%, 만족 17.2% 순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10년간 만족은 4.3%p 증가했고 불만족은 5.6%p 감소했다.

고령자의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암(악성신생물)이었다. 2021년 65세 이상 고령자 10만 명당 사망 원인별 사망률은 암이 709.3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심장질환 312명, 폐렴 250.3명, 뇌혈관질환 220.6명, 알츠하이머병 92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고령자의 교통사고 역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2916명 중 노인 보행자 사고 사망자는 601명으로 20.6%에 달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1명이 노인이었던 셈이다. 고령자의 보행 교통사고 사망률은 전체 보행 교통사고 사망률의 3.5배이고, 부상률은 1.6배 수준에 해당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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