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 도래… 기업·가계 부담 줄일 정책 강구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 도래… 기업·가계 부담 줄일 정책 강구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0.17 09:32
  • 호수 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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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월 12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올리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와 고물가 고착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소폭, 점진적 인상을 고수하려다가 글로벌경제 상황 악화에 등이 떠밀려 다시 빅스텝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부문 리스크(위험)가 증대되는 만큼 통화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가 최근 5개월간 5% 이상 고공 행진을 한 데 이어,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1400원대로 치솟은 뒤 내려갈 줄 모르는 상황을 금리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2.5%에서 3.0%로 높아졌다. 문제는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도 올해 3월부터 올린 미국에 추월당해 한미 금리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세 번째로 단행해 기준금리가 3.25%까지 치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0.75%포인트 높게 역전됐다.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즉각 급등세를 타며 1400원대 중반을 향해 치닫게 됐고, 증시 등 금융 불안정성이 증폭됐다.

미국은 연내에 금리를 최소 0.75%포인트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 우리 또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태다. 10여 년에 걸친 저금리 잔치가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일단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비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글로벌 환경은 폭풍 구름이 곧 일어날 듯 취약하다”며 “그동안  겪지 못했던 수준의 심각한 침체의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감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소비·투자 등 실물경기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내년 상반기가 특히 어려울 것”이라며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만으로도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연간 12조원 추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전세 대출 170조원 가운데 62%가 자금 여력이 낮은 2030세대에 몰려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더불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의 15%에 달하는 상태다. 중소기업은 100곳당 16곳, 대기업은 12곳꼴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계기업 비율은 올 연말엔 19%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라고 한다. 

그동안 초저금리로 근근이 버텼는데 경기 둔화와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가중된 데다 이자 비용까지 급증한다면 빠른 속도로 부실에 내몰릴 것이다. 채무 재조정 제도 확충을 비롯한 취약층과 한계기업 지원책이 시급하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가구와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처럼 우리 경제에 전방위적 충격이 몰려올 수 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딜 채비는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개인과 가계, 기업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경제한파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계의 소득원인 기업이 쓰러지지 않고 활력을 잃지 않도록 규제개혁과 세제지원 등 정책적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의 유연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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