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힘 빠지고 비틀거리면 ‘경수증’ 가능성 커
팔·다리 힘 빠지고 비틀거리면 ‘경수증’ 가능성 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0.17 14:41
  • 호수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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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증이 생기면 목과 양쪽 어깨의 뻣뻣함과 불편함, 통증이 나타나다가 점차 손과 팔의 저림이 심해진다. 심하면 보행장애, 배뇨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수증이 생기면 목과 양쪽 어깨의 뻣뻣함과 불편함, 통증이 나타나다가 점차 손과 팔의 저림이 심해진다. 심하면 보행장애, 배뇨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러 이유로 척수 신경이 눌려 발생… 사지마비나 보행장애 나타나

시기 놓치면 치료해도 재발… 빨리 진단·수술해야 영구적 장애 예방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목디스크와 증세는 비슷하지만, 훨씬 위험한 질환이 있다. 바로 ‘경수증’(頸髓症)이다. 경수증은 신경다발의 통로인 경추강에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퇴행성 변화로 생긴 골극(뼈의 가장자리 웃자란 뼈)이 경추강을 막고 압박하면서 발생한다.

김종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경수증은 목디스크 등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할 경우 신경다발인 척수가 눌리면서 사지 마비나 보행 장애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몸에 힘이 없고 비틀비틀 걷는 노인의 상당수는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 경수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수증의 원인과 증상

경추란 머리와 몸통을 이어주는 목에 위치한 뼈로, 머리를 받쳐주고 목을 앞뒤, 좌우로 움직이게 해준다. 또한 척추 사이에는 디스크라는 추간판이 있어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준다. 

이 척추의 안쪽으로 머리부터 온몸으로 연결되는 신경이 지나가는데 중추신경 다발인 척수와 척수에서 나온 신경근이 있다. 중추신경인 척수와 말초 신경인 신경근은 고속도로로 비유할 수 있는데, 머리에서 척추까지 이어진 척수가 고속도로라고 하면 중간에 나와서 팔·다리로 가는 신경근은 나들목이라고 할 수 있다. 

나들목에서 막히면 그 부위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줄기인 고속도로가 막히게 되면 고속도로는 물론 나들목도 갈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고속도로인 척수가 눌리면 그 이하 모든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팔뿐만이 아니라 다리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중추신경인 척수가 다양한 이유로 눌리고 압박되거나 손상돼 그 이하 부위의 마비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바로 경수증이라고 한다.

경수증은 척수를 압박하는 병변이 있을 경우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주로 목뼈가 노화와 함께 변형되는 경추증, 디스크, 경추의 인대가 골화(뼈처럼 단단히 굳어지며 두꺼워지는 것)되는 후종인대골화증 등이 있다. 

초기에는 목과 양쪽 어깨의 뻣뻣함과 불편함, 통증이 나타나다가 점차 손과 팔의 저림과 방사통(다른 부위에 통증이 퍼지는 상태)으로 이어진다. 이후 젓가락질이나 글씨 쓰기, 단추 끼우기 등 세세한 작업을 하기 어려워지고 보행장애, 배뇨장애 등이 나타나 결국 병상에 누워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문제는 경수증의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다른 질환과 구별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초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목디스크 증상과 비슷하다. 

더불어 손이 저리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팔꿈치 부관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 등과도 구별이 쉽지 않으며 ‘다발성 경화증’,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도 경수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뇌졸중과 헷갈리기도 한다.

김종태 교수는 “경수증이 나타나면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배뇨장애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손으로 물건 잡기, 젓가락질 등이 어렵게 되면서 뇌졸중으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경수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스스로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수증의 치료

경수증은 X-선,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근전도 검사 등 영상과 신경 기능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진단 초기에는 견인, 경추 보조기 착용, 물리 치료 등의 보존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경수증이 명확한 경우에는 조기에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보통 척수가 있는 척추관이 좁아져있거나 어떤 원인으로 인해 척수가 눌리고 있는 상태이므로 수술은 척수가 지나가는 길인 척추관을 넓혀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경추 전방 감압 및 고정술’과 ‘경추후궁형성술’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은 척수를 압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쪽 혹은 뒤쪽 등 어디에서 누르고 있는지, 그리고 누르는 부위가 한 군데인지, 또는 여러 군데인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심하게 추간판이나 골극 등이 튀어나와 신경근뿐만 아니라 척수까지 압박하거나 이것들이 척수의 앞쪽에 위치한다면 경추 전방 감압 및 고정술을 통해 추간판을 제거, 신경 압박을 풀어준 뒤 경추 안정화를 위한 기구 고정술을 시행한다.

목에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의 뚜껑에 해당하는 뼈를 후궁이라고 한다. 이 부위를 열어 눌린 척수신경을 풀어주는 수술이 바로 ‘경추후궁성형술’이다. 

다만, 수술의 적절한 시기를 놓쳐 이미 심각한 보행장애나 상·하지에 뻣뻣함이 생긴 경우에는 수술 후에도 신경인성 통증이나 마비, 강직 등의 증상이 남아 장애가 지속될 수 있다.

김종태 교수는 “경수증이 의심되는 경우 하루라도 빨리 검사를 시행해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보존 치료 혹은 수술 등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며 “질병 초기에 적절한 검사 후 수술 등 치료를 하면 상당한 증상의 호전과 영구적인 장애를 예방하고 그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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