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옥 대한노인회 경기 여주시지회장 “경로당 회장 등 지회 임원 활동비 챙겨주자 노인회가 확 바뀌었다”
김병옥 대한노인회 경기 여주시지회장 “경로당 회장 등 지회 임원 활동비 챙겨주자 노인회가 확 바뀌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0.24 10:04
  • 호수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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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회장·부회장·총무 활동비 지원… 회장 서로 하겠다고 나서

복지 앞선 양평군지회가 롤 모델… ‘백세시대’ 기사도 도움 많이 돼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경로당 회장과 부회장, 총무 이렇게 세 분에게 활동비를 지원한다.”

10월 중순 어느 날, 김병옥(78) 대한노인회 경기 여주시지회장은 이 같이 말한 뒤 “그러자 경로당 회장 서로 하겠다고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노인의 권익신장이 대체로 돈과 연관이 돼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제가 분회장으로 있을 때 경로당 회장 활동비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여주시지회에는 12개 읍면동 분회, 340여개 경로당, 회원 1만5000여명이 있다. 김 지회장은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관, 대기업 임원 등 다양한 삶을 살았다. 흥천면 이장과 여주시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부정감시단장을 맡기도 했다. 흥천면 분회 사무장으로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은 후 분회장을 거쳐 2022년 4월에 13대 여주시지회장에 취임했다. 

-분회장 시절에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해결했다고. 어떻게 가능했나.

“전임 여주시장이 경로당 회장 활동비(5만원) 지급을 약속했지만 임기 3년째 까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저를 포함해 9명의 분회장들이 나서서 시장께 집중적으로 물었더니 법적 근거가 없어 못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대학에서 법을 좀 공부했다. 노인복지법에 경로당은 노인여가시설로 돼 있고, 시설장인 경로당 회장에게 활동비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게 법조항을 들어 활동비를 받아냈다. 그것도 3개월 치를 소급해 한꺼번에 받았고, 이후 또 인상을 요구해 올해 1월부터 10만원씩 받도록 했다.”

-경로당 부회장에게 활동비를 주는 건 드문 일이다.

“지난 6·1 지방선거 때 선거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경로당 활성화에 부회장, 총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경로당 회장, 부회장, 총무 이 세 사람의 마음이 맞으면 회원들이 다 따라간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시의원들을 전부 만났고, 안건을 논의하는 시의회를 찾아가 누가 반대하는가를 눈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부회장과 총무에게도 매달 5만원씩 활동비를 지급하게 됐다. 경로당 회장은 활동일지도 쓰지 않는다.”

김 지회장은 “분회장 활동비도 20만원으로 인상했다”며 “종전에 받던 10만원에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경로당에 회장, 부회장, 총무에게 총 2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는 건데.

“경로당에 큰 변화가 생겼다. 경로당 회장 시킬까봐 총회 때 얼굴을 보이지 않던 이가 있었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서로 경로당 회장 하겠다고 경쟁도 벌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웃음).”

-지회의 부회장, 이사, 감사에 대한 활동비는.

“부회장님들도 이사회에 참석하는데 이사회란 것이 알다시피 지회 운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지 않나. 분회장은 수당이 있는 반면에 이분들 대우를 안 해주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회장(3), 선임이사(6), 감사(2), 노인대학장(1)에게 월 20만원씩 드리고, 거기에 더해 회의수당도 5만원씩 지원한다.”

김병옥 경기 여주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애 사무국장.
김병옥 경기 여주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애 사무국장.

김 지회장은 “우리 지회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경로당 회장을 겸직하는 분회장의 경우 분회 예산으로 받는 수당(20만원)까지 포함해, 지역봉사지도원과 회의 수당 등을 합쳐 최소한 70만원 가까이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우리의 복지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 배경 중 하나가 ‘백세시대’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시장께 관련 자료로 제시한 때문”이라며 “특히 복지제도가 앞선 인근의 김용녕 양평군지회장이 저의 ‘롤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로부터 협찬도 많이 받는 것 같다.

“분회장 추천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관행을 지양하고 대신 경제력 있는 지역인사들을 한 사람씩 접촉해 이사회 진용을 갖췄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가전업체 대표를 이사로 선임하면서 그분의 사업체를 협력업체로 만들어 경로당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고, 경로당 환경개선 시 물품 구입을 통해 그 업체에 도움을 주는 식이다.”

김 지회장은 또 “여주시장과 업체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부탁했지만 지회가 기부단체로 등록이 안 돼 있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최근에 신세계 아울렛의 경우는 시에다 지정기탁의 형식을 빌어 올여름 전 경로당에 선풍기를 보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라면.

“지회 직원들이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런 환경에선 행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노인복지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저기서 나눠 받던 급여를 내년부터는 전액 시에서 호봉제로 지원해주기로 이충우 시장님께서 약속했다.”

-공약으로 내세운 버스무임승차와 노인전용주차장 설치는 잘 되고 있는지.

“대도시 노인들의 지하철무임승차와 형평성을 맞춰 버스무료승차권을 달라고 시에 요청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년 7월쯤 일 인 당 연16만원씩 승차권이 지원될 예정이다. 다만 노인전용주차 시설의 경우는 공청회도 열어야 하고, 노인전용주차 공간에 주차했을 경우 단속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도 만들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가장 오래한 일은.

“국회의원 보좌관 장래가 불투명해 그만두고 1990년대 우리나라 가구업계 랭킹 2,3위를 다투던 상일가구의 과장으로 들어가 이사로 나오기까지 19년여를 근무했다. 고향으로 내려와 상일가구 대리점을 10년 가까이 하기도 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전임 분회장으로부터 사무장을 맡아 달라는 권유를 받고 들어와 분회장까지 12년간 봉사했다. 그것으로 노인회 봉사는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분회장들이 뒤에서 저를 지회장 선거 후보로 적극 밀었다. 당시 3파전에서 70% 이상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분회에서도 새바람을 일으켰을 텐데.

“읍면 분회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했다. 활동일지를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대신해 일지를 써가지고 지회 일자리센터 사무실에 들르곤 했다(웃음). 어르신들의 요청에 따라 흥천면 분회 부속 경로산악회를 만들어 관광버스로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녔다. 산악회가 어디 간다하면 시의원이 나와서 얼굴을 보이고, 협찬도 많이 들어와 즐겁게 산행했던 기억이 있다.” 

김병옥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요즘 노인들은 복지 혜택만 받고 현재의 생활에 안주한 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과거 노인들과 같은 모범을 보여줘야 젊은 층도 노인공경의 마음이 우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로 어렵지만 열심히 살려는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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