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넘어서

단단한 뒷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작은 틈이라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도
내일이 있을 거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절망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길을 걷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시멘트 틈 사이의 생명체 하나,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워 그 앞을 쉬이 떠나지 못하게 된다. 사람 사는 모습과 겹쳐보여서 부디 다음 세상에서는 풍요로운 땅에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빌어주는 일밖에는 할 게 없어서 발길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수없이 해왔다.
환경이 파괴되면서 우리 앞에 닥치고 있는 여러 가지 재난들은 이제 재앙 수준에 이르렀다. 인재(人災)가 아닌 이상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앞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너무 많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그 자연의 재해를 극복할 수 있을 때 인간은 그나마 행복할 텐데 유례가 없는 코로나의 장기화와 폭염, 혹한, 가뭄, 지진 그리고 물고기의 원인 모를 떼죽음 등 우리의 환경은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만 같다. 환경재단에서 발표한 ‘2022 한국환경위기시계’는 9시 28분으로 위험 수준이다. 자정에 가까울수록 시민들이 환경에 대해 위기의식을 더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 위기 시계를 되돌리는 일은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일이며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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