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연금개혁은 국민들의 이해 위에 이루어져야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연금개혁은 국민들의 이해 위에 이루어져야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2.10.31 11:21
  • 호수 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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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그동안 연금개혁은 전문가 중심

국민들 이해와 지지 없이 진행돼

이번 개혁은 국민 이해에 초점 두고

잘 설명해 공감 이끌어내야

시간에 너무 쫓길 필요도 없어

공적 연금제도(이하 연금제도)는 은퇴 이후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한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마련한 국가사회의 사회보장 정책이다. 연금제도는 19세기 유럽에서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의 주도로 1889년에 처음 도입됐다. 

비스마르크는 정치적 의도도 있었지만, 산업화에 따라 정년퇴직 제도 시행이 필요했고, 퇴직 이후 수입 단절 문제 해결방안으로 퇴직 후 일정 수입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연금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이후 많은 국가들이 독일제도를 본받아 비슷한 방식의 연금제도를 도입했고, 오늘날 노후 소득보장제도로서 가장 효과적이고, 대표적이며 보편적인 제도가 되고 있다. 

연금제도는 국가가 법률로(강제로) 근로자(피용자)의 매월 소득(봉급)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기여금)을 근로자와 고용주가 반반씩 부담하게 하여 정부기관(연금관리기관)에 적립하게 하였다가 정년퇴직 후 사망 시까지 매월 일정한 금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영업자의 경우는 피용자인 동시에 고용주이기 때문에 기여금 전액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은 의무적으로 연금제도에 가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연금제도에는 국민연금(근로자의 95% 정도 가입)과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근로자의 5% 정도 가입)이 있으며,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의 근로자 거의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대표적 연금제도이다. 

국민연금은 40년 동안 가입하면 그간 받은 월급 평균의 40%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10년 이상 가입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가입 기간이 짧을수록 연금 액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금년 3월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에 대통령 후보자들 간 합의한 연금개혁이 현 정부의 주요 현안이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2038년경부터 연금기금이 적자 나기 시작하여 2055년 경이면 거의 고갈되어 연금제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연금제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노후 소득보장 방법으로 효과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 

연금개혁의 중요한 과제와 이슈는 (1)현재와 같은 연금재정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 (2)연금 수급 연령을 더 높일 것인지? (3)연금 기여금의 비율을 현재 9%에서 더 높일 것인지? 높인다면 어떤 식으로 높일 것인지? (4)내가 낸 연금 기여금은 과연 내가 연금 받을 때까지 안전하게 유지될 것인지? (5)연금 기여금은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방법으로 나가는 것인지? (6)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것인지? (7)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많은 민감한 사항들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모두 연금 가입자인 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지금까지 연금개혁안은 정부와 전문가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후 3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민들에게 연금제도와 그 개혁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면서 연금개혁안을 만든 적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연금제도를 일반 국민들에게 자세히 이해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연금제도의 기본 원칙, 운영 방법, 연금제도 개혁(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연금제도를 잘 이해할수록 연금개혁을 지지할 것이고, 중요한 개혁내용을 알고 공감하면 정부와 전문가들이 고심하여 만든 개혁안이 성공적으로 확정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가운데 전문가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금개혁안은 자칫 잘못하면 편파적 이데올로기나 정당의 당리당략에 휘둘리기 쉽고, 개혁의 취지와 내용을 잘 몰라 국민들은 반대할 수도 있다. 

공청회라는 명목으로 개혁안을 토론한다고 해도 공청회 참석자 대부분도 전문가들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뜻이라는 명목하에 잘 모르는 국민들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원래 취지와 다르게 제도가 개혁될 수도 있다. 훌륭한 개혁안도 국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         

연금개혁안을 1년여 정도 시간 내에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2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 여유를 가지고, 연금제도와 연금개혁의 필요성 및 중요 개혁내용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면서 개혁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언론 매체의 적극적 협조, 전 근로자 대상 설명 책자 배포, 설명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홍보하여 연금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바라마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어 구태의연하게 전문가 중심의 개혁작업이 진행된다면 연금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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