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서울 이태원 한복판서 압사사고로 156명 사망 … 안전 대책 소홀이 부른 참사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서울 이태원 한복판서 압사사고로 156명 사망 … 안전 대책 소홀이 부른 참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1.07 09:03
  • 호수 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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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마다 조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2일에는 대한노인회 충남연합회 회장단이 충남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사진은 부여군지회 조희균 사무국장 등 직원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는 모습.
전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마다 조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2일에는 대한노인회 충남연합회 회장단이 충남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사진은 부여군지회 조희균 사무국장 등 직원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는 모습.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3년을 기다린 축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악몽이 돼버렸다.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해 총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이래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안전사고다.

지난 10월 29일 밤 10시 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핼러윈 축제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대규모 압사 사고가 일어나 156명이 숨지고 173명이 다쳤다(11월 3일 기준). 압사 사고로 한정해도 1992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사고(1명 사망),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사고(11명 사망) 등을 압도하는 수치다.

이번 사고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옆 길이 40m, 폭 4m 정도의 골목에 핼러윈 행사를 즐기려는 인파가 집중되면서 벌어졌다. 내리막길인 이곳으로 몰려든 인파에 밀려 쓰러진 수많은 사람이 깔려 숨지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가 넘어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도미노처럼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한다. 경사진 좁은 골목으로 수용 가능 규모 이상의 사람이 밀려오면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이 참변을 당한 셈이다. 

이에 한꺼번에 속출한 사상자들이 길거리에 방치돼 누워있고, 생존자들은 그 옆에서 발을 구르며 울부짖었다. 날벼락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재앙이다. 

게다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1대1로 해야 하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 대원이 부족해 시민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참사 뒤 귀가 차량이 이태원로로 쏠리면서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으로 가는 일도 쉽지 않아 희생자가 늘었다. 

사망자의 대다수 사인은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였다. 짓눌리는 압력으로 인해 흉강이 팽창되지 않아 산소 공급이 끊겨 저산소증이 온 것이다.

당시 용산구와 경찰은 사고가 난 골목 입구와 근처 인도, 도로를 비추는 CCTV를 통해 엄청난 인파가 밀집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당일 지하철 이태원역 이용객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13만 명을 넘었으나 사람과 차량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  

또한 사고 전 사람에 밀려 넘어져 다쳤다는 112신고가 평소의 1.5배에 달하고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SNS 게시물이 잇따랐다. 이 같은 위험 징후를 무시한 당국은 무책임과 안전불감증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 대부분이 20~30대 젊은이라는 점이다. 안전의식이 마비된 사회에서 꽃다운 생명들을 또 속수무책으로 잃었다. 자괴감을 감출 수 없는 명백한 인재다.

정부는 일단 사상자 수습·치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주한 대사관과 긴밀히 협조해 이국땅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한 외국인에게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전에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뚜렷한 행사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진행을 책임질 주최 측도 없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핼러윈에는 이태원에 모여 축제를 즐긴다는 문화가 확산됐을 뿐이다. 

그렇기에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높았고, 작은 사고가 대형 참사로 비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많은 인파가 이태원 좁은 골목에 모일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사전에 통행·교통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게 그래서 더욱 아쉽다.

재발방지책도 시급하다. 대형 행사에선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밀집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 준비나 행사 진행 과정에 정교한 안전관리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온라인상의 사고 관련 영상 유포나 선동성 표현 등을 멈춰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재난 상황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호소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는 생명과 인권이 존중받는 문화가 굳건히 자리 잡은 사회이다. 더는 이번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바라며 다시 한번 피해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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