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0] 정(赬)은 연붉은색, 연한 홍색 등으로 사용 추정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0] 정(赬)은 연붉은색, 연한 홍색 등으로 사용 추정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
  • 승인 2022.11.07 10:42
  • 호수 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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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정배한(面赬背汗) 

색명으로서 정(赬)은 붉은 피부(赬膚, 정부), 붉은 입술(赬脣, 정순), 얼굴이 붉어(面赬, 면정) 등의 여러 가지 뉘앙스의 붉은색을 가리키는 형용사 색명이다.

『설문해자주』에 “색깔을 물들일 때에 두 번째 물들이는 것은 정(赬)”이라고 하였으니, 정(赬)색은 대체로 연붉은색, 연한 홍색, 천홍색(淺紅色)으로 추정된다. 

신라시대 처용(處容)에 대해 고려 때 이제현이 시(詩)를 써 해석한 내용 중의 ‘패치정순(貝齒赬脣)’은 조개와 같은 하얀 이빨과 붉은 입술을 의미한다. 

◎세종대왕께서 붕서 하시니 주상 전하께서 애모 망극하시어, (......) 해서(楷書)를 잘 쓰는 사람에게 명하여 『법화경』 7권, (......) 『기신론』 1권을 모두 정전(赬牋: 붉은 종이)을 사용하여 책 장정을 한 큰 상자도 매우 정치하였습니다.<문종 즉위년> 

◎밤낮으로 독촉하기를 마치 끝내지 못할까 두려워하듯 하시니 코피가 나고 벌겋게 된 어깨(赬肩, 정견)<효종 7년> 

비유색명으로 사용된 정(赬)색은 물고기가 피로하면 꼬리가 붉어진다는 뜻의 정미(赬尾)와 심한 노동으로 어깨가 붉게 된 정견(赬肩)인데 두 가지 모두 ‘고달픈 백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정미시옹(赬尾尸饔: 고달픈 백성의 주검과 희생), 육비정견(衄鼻赬肩: 코피 나는 고달픈 백성), 정견미식(赬肩未息: 고달픈 백성은 쉬지 못하고), 정견지탄(赬肩之歎: 고달픈 백성의 탄식), 위정미어창생(慰赬尾於蒼生: 백성 중에서 고달픈 백성을 위로). 

◎정미(赬尾: 고달픈 백성)의 뒷바라지를 하도록 하여 구휼할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성종 22년> 

◎왕위에 오르시어, (......) 도탄에서 구제하여 백성 중에서 정미(赬尾)를 위로하셨습니다.<인종 1년> 

면정배한(面赬背汗)은 부끄러워 뺨이 붉어지고(面赬), 등에 땀이 난다(背汗)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부끄러울 때 뺨이 붉어지는 것과 긴장해서 등에 땀이 나는 것은 개인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겠지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에 땀이 날 지경의 상황을 면정배한(面赬背汗)으로 표현한 것이다. 

◎허리띠를 두르고 밖으로 나가 사람을 대하니 면정(面赬: 얼굴이 붉어져 또는 부끄러워)<영조 즉위년> 

◎부끄럽고 겸연쩍음이 더욱 깊은데 스스로 돌아보니 면정(面赬)하여 사람들이 장차 무엇이라고 말하랴. 그러나 지금 이미 벼슬자리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벼슬길에 나아가니 이것은 오히려 말할 틈이 없는 것이다.<영조 1년> 

◎지금까지 추념하니, 면정(面赬)배점(背沾: 등이 땀에 젖음)하니 황송하고 부끄러워.<영조 2년> 

◎소신은 참으로 놀라 면정배한(面赬背汗)하여 몸 둘 곳을 모르겠습니다.<영조 13년> 

◎영의정이 정권을 잡은 것이 지금 몇 해인데, (......) 내가 이미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면정배한(面赬背汗)을 느끼지 못하니 모두 임금 자리를 물려받은 이래 덕이 없고 나라에 일도 많고 걱정도 많아 그런 것이다.<정조 3년>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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