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 600년간 유럽 지배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보물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 600년간 유럽 지배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보물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1.07 13:41
  • 호수 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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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600년간 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미술품과 공예품 등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소개된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이번 전시에서는 600년간 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미술품과 공예품 등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소개된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전… 벨라스케스, 루벤스의 걸작 등 96점

바로크미술 진수 ‘…필레몬과 바우키스’, 브룅의 ‘마리 앙투아네트’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1656)은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그림’이라고 불린다. 벨라스케스가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담은 작품인데 거울 속 펠리페 4세 국왕부부 비롯해 시녀들까지 총 11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지면서 누가 진짜 주인공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비밀스러운 그림 속에서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년 3월 1일까지 진행하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에서는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1656)를 비롯해 파울 루벤스, 얀 브뤼헐 등 인상파 등장 이전 유럽 회화를 이끈 화가들의 명작과 공예품, 갑옷 등 96점을 전시한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전시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걸작들로 구성됐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1273년부터 왕정이 몰락한 카를 1세의 1918년까지 약 600년 간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유럽의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기도 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30년 전쟁,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도 깊이 관련돼 있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또한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와 같은 걸출한 화가들을 후원할 정도로 뛰어난 수집가이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총 5부로 나눠 왕가가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는 배경이 된 15세기의 막시밀리안 1세를 시작으로 20세기 초까지 주요 인물들과 수집품을 소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화와 ‘세로 홈 장식 갑옷’ 등 4점의 갑옷이 관람객을 맞는다. 막시밀리안 1세는 ‘합스부르크=유럽’이란 공식을 만든 인물로 ‘마지막 기사’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1500~1600년대 중세 유럽에서 갑옷은 권력과 사회 지위를 나타냈다. ‘세로 홈 장식 갑옷’은 그 시절 유행하던 주름장식을 모방한 것이다. 홈 장식은 빛을 반사하여 표면을 더욱 번쩍거리게 한다. 또 구조적으로 갑옷의 강도를 높임으로써 보호기능을 강화했다. 투구는 축제 가면극의 영향을 받아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빈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의 명성을 높인 명화도 대거 만나볼 수 있다. 이중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1620~1625)는 인간계로 내려온 신의 모습을 재치있게 그린 작품이다. 주피터와 머큐리가 신분을 숨기고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문전박대 당하는 이야기에서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 그리는 바로크 미술의 특징을 제대로 드러낸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

엘리자베트 비제 르 브룅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78)도 이번 전시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이기도 했던 앙투아네트는 오랜 기간 적대관계이던 프랑스와의 조약에 따라 1770년 15세 나이에 프랑스 왕위 계승자인 루이 16세와 결혼한다. 하지만 프랑스대혁명에 휩쓸려 단두대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악녀로 알려졌지만 한편으로는 패션 선구자로 재평가받는다.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프랑스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화려한 레이스를 여러 층으로 장식한 반소매와 길고 풍성한 옷자락이 특징이다.

‘시시’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황후 엘리자베트의 초상화에선 코르셋을 눈여겨 보면 좋다. 1860년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였던 그녀는 아들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해외로 떠돌던 중 60세에 죽음을 맞았다. 

늘 허리를 19~20인치로 조여 매는 등 극심한 다이어트를 했던 그의 코르셋은 비극적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네바 여행 때 암살자에게 복부를 칼에 찔렸는데, 하도 단단하게 코르셋을 조여 맨 탓에 몰랐다고 한다. 코르셋을 벗자 피가 쏟아졌다. 그는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란 말을 남기고 쓰러졌다고 전해진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도 선보인다. 1892년 조선과 오스트리아는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청과 일본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교다변화 정책을 펼치던 고종은 타개책으로 오스트리아를 선택했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 진출을 꾀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던 셈이다. 빈미술사박물관은 이를 1894년 요제프 1세의 수집품으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양호한 상태로 보관해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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