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예술혼, 서예·한시의 멋 되살린다
어르신 예술혼, 서예·한시의 멋 되살린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1.14 08:57
  • 호수 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서 15회 노인서예대전 개최… 경북선 34회 전국한시지상백일장
인천연합회와 경북연합회가 제15회 인천노인서예대전과 제34회 전국한시지상백일장을 각각 개최하며 어르신의 예술혼으로 잊혀져 가는 서예와 한시 부흥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노인서예대회 참가한 어르신이 한글 시제를 작성하는 모습.
인천연합회와 경북연합회가 제15회 인천노인서예대전과 제34회 전국한시지상백일장을 각각 개최하며 어르신의 예술혼으로 잊혀져 가는 서예와 한시 부흥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노인서예대회 참가한 어르신이 한글 시제를 작성하는 모습.

인천연합회 서예대전  40여명 100분간 혼신의 붓글씨… 대상 홍사진 어르신

경북연합회 한시백일장   전국서 160여편 응모, 김종대 어르신 장원 차지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먹을 가는 것은 자기의 인격을 아름답게 가는 것이요.”

11월 4일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인천연합회관 대강당에서는 백발의 서예인들이 이와 같은 문장을 써내려갔다. 한편에서는 ‘노력을 중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로 시작하는 빅토르 위고의 명언을 적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인천노인서예대회에 출품된 40여점의 작품은 각기 스타일은 달랐지만 큰 울림을 전했다.

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회장 박용렬)가 주최한 ‘제15회 인천노인서예대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06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복지관과 경로당에서 평소 갈고닦은 서예 솜씨를 뽐내는 장으로,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중단된 바 있다.

3년 만에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박용렬 인천연합회장을 비롯해 시군 지회장, 출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성순 부평구지회장의 노인강령 낭독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용렬 회장은 “서예가 조금씩 잊혀져가는 시대에 이를 계승하기 위해 수련하고 계시는 출전자분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올린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경로당과 복지관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서로 교류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대회사를 전했다.

올해 대회에는 각 지역에서 선발된(지회별 최대 6명) 40여명이 참가해 인천 노인회의 최고 명필가 자리에 도전했다. 심사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던 초림 김미자, 효림 김숙례 작가가 맡았다. 제시한 시제를 심사기준에 얼마나 충족해 완성했는가로 평가했다. 심사기준은 오‧탈자 유무, 획의 깊이, 전통 서법의 준수 여부, 작품의 힘과 필력, 예술성과 작품성, 전체적인 구성과 흐름을 살폈다. 또 체본(스승이 참고용으로 써준 글씨)을 과도하게 보고 쓰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시제는 한글과 한문 각 두 개씩 제시됐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해 작성하면 된다. 화선지는 출전자별로 기본 4장씩 나눠주고 부족하면 추가분도 지급한다. 단, 개인이 가져온 화선지에 작성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고 제한된 시간(100분) 안에 완성해야 한다.

본 대회 시작 전부터 대강당에 들어선 출전자들은 직접 챙겨온 문방사우를 정성스럽게 펼쳐놓고 전체 시제를 다 써보거나 서툰 글자만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듯 막바지까지 맹연습을 펼쳤다. 황기주 어르신(서구지회)은 “한문을 쓰다가 1년 전부터 한글을 수련하고 있는데 글자 간격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면서 “실수를 줄인다는 마음으로 오늘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회용 화선지가 배포되고 장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웃음소리가 섞여 떠들썩하던 대회장은 이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솜씨 대결이 펼쳐졌다. 특히 출전자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스타일이 다른 점이 대회의 묘미였다. 한 획 한 획 정성스레 쓰는 이가 있는 반면 일필휘지로 거침없이 완성해나가는 출전자도 있었다. 또 제한된 시간 내 여러 장을 써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낙관을 찍어 제출하거나, 집중력을 발휘해 단 한 장의 화선지만 사용한 참가자도 있었다.

대회 시작 한 시간이 지난 후 첫 번째 완성자가 나오자 대회장이 분주해졌다. 출전자들이 속도를 높이면서 속속 낙관이 찍힌 작품이 무대 중앙으로 모였고 제한 시간 내 모든 참가자가 작품 제출을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경쟁을 펼친 끝에 대상은 초서체 입문 2개월 만에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동구지회 홍사진 어르신에게 돌아갔다. 홍사진 어르신은 “2016년 서예에 입문해 행서로 갈고닦은 덕분인지 초서도 금방 익힐 수 있었다”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고 함께 경쟁한 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렬 연합회장은 “오늘 비록 일부만 수상했지만 내년 대회에는 참가자 전원이 뛰어난 솜씨를 뽐내며 특별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노년의 예술혼을 꽃 피우고 서예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글씨 쓰기에 매진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열린 제34회 전국한시지상백일장(이하 한시백일장) 시상식에서 양재경 경북연합회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시군 지회장 및 관계자, 수상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제34회 전국한시지상백일장(이하 한시백일장) 시상식에서 양재경 경북연합회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시군 지회장 및 관계자, 수상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연합회(회장 양재경)도 11월 9일 연합회 회의실에서 제34회 전국한시지상백일장(이하 한시백일장) 시상식을 개최했다. 전통 고전문화의 수호 창달과 어르신들의 여가선용 기회 제공을 위해 1984년부터 개최해온 한시백일장은 사백(詞伯)들의 대표 한시 경연장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양재경 연합회장을 비롯하 시군 지회장, 수상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양재경 연합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34회를 맞은 전국한시지상백일장은 경북연합회뿐만 아니라 대한노인회의 자랑”이라면서 “내년에는 보다 많은 사백들이 참여해 우리의 전통문화인 한시가 계승‧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의 사백(詞伯)들을 대상으로 9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공모한 이번 한시백일장은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의미로 시제를 ‘원사회안정(願社會安定)’으로 선정했다. 공모 결과 160여편의 옥고가 접수됐고 이후 지담 박종열과 이재 이승목 선생이 고선위원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장원은 부산 연제구의 김종대(74) 어르신이 차지했다.

김종대 어르신은 “지난 수년간 습작을 해왔는데 이번에 운좋게 장원의 영광을 안았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한시를 쓰기 위해 꾸준히 연구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차상 1명, 차하 2명, 참방 10명, 가작 10명 등 총 24명을 입상자로 선정했다. 특히 노인회에서 손꼽히는 명필가로 유명한 황무섭 영등포구지회장이 참방에 선정되며 눈길을 끌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한시를 써왔고 이번에 한 번 도전하게 됐다”면서 “한시는 대중가요의 뿌리가 되는 우리의 전통 문화로 계승하기 위해 작품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시백일장 수상작을 모은 작품집은 12월 중 발간될 예정이다.

▲제15회 인천노인서예대회 수상자

△대상 홍사진(동구지회) △우수상 차태운(남동구지회) △특선 김일도(남동구지회), 임범무(서구지회) △입선 정인숙‧안정자(강화군지회), 김홍수(동구지회), 이홍수‧김형일‧김태종‧박웅기(미추홀구지회), 김백희‧최관진(계양구지회), 김일헌‧고상금‧황기주(서구지회)

▲제34회 전국한시지상백일장 수상자

△장원 김종대(부산) △차상 신복균 △차하 남기완·신상련 △참방 황무섭·김명강·정상호·안용복·김종대(경북)·이응춘·김수길·김기년·조충억·김국중 △가작 이재항·김도근·이상묘·손봉익·윤상목·배중희·김주식·서정선·정재구·이균태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