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경로당 고스톱 놀이’ 색안경 벗어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경로당 고스톱 놀이’ 색안경 벗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1.14 10:52
  • 호수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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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0월 2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국민MC’ 유재석이 서울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고스톱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방영됐다. 유재석은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괜찮으실지 모르겠다. 제가 화투를 좀 친다”, “나는 사실 연예인이 아닌 타짜”라며 너스레를 떨며 어르신들과 대적했다. 결과는 대참패, 어르신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 대결을 보면서 든 생각은 “고스톱은 얼마든지 유쾌하고 건전한 놀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고스톱은 경로당을 이용하는 여성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보드게임이다. 

남성어르신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면 여성어르신들은 화투패 짝을 맞추며 교류한다. 잘 사용하지 않는 10원짜리 동전을 모아서 일종의 ‘칩’으로 활용한다. 게임 시작 전 균등하게 배분하고 게임이 끝나면 다시 한데 모아두는 식이다. 즉, 윳놀이처럼 도박이 아닌 하나의 건전한 놀이로 즐기는 것이다.

지금은 전국 연합회 및 지회들의 노력으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지만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경로당은 ‘화투 치고 술 마시며 노는 곳’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다. 고스톱이 가진 ‘도박’ 이미지를 경로당에 덧씌운 것이다.

몇 해 전 한 경로당에서 다른 보드게임들을 즐기는 현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어르신들은 색다른 보드게임들을 흥미롭게 즐겼다. 어르신들에게 게임 만족도를 여쭸더니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게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한 어르신이 이런 말을 했다. 

“빨리 마무리하고 고스톱이나 한 판 칩시다.”

고스톱은 스마트폰 게임으로도 수십 종이 나와 있을 정도로 엄연한 놀이의 하나다. 고스톱을 치는 내내 치밀하게 계산해야 해 두뇌 회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난 추석을 맞아 대전 유성구에서는 경로당 온라인 윷놀이 대회를 개최해 주목받았다. 부산에서는 개선된 윷놀이판을 보급해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고스톱 역시 경로당 버전으로 개량해 이미지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국내 대표 보드게임인 ‘부르마블’처럼 현실에서는 사용 불가능한 게임머니를 제작해 이를 활용해 게임을 즐긴다면 ‘사행성’의 이미지를 지울 수 있어 보인다. 또 고스톱은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되지만 단순 패턴의 반복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규칙이나 게임 방법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 함께 경로당 대표 선수들이 참가하는 고스톱 대회를 열어 ‘e스포츠’처럼 ‘경로당 스포츠’로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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