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직업적 음모론자들”
[백세시대 / 세상읽기] “직업적 음모론자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1.14 11:22
  • 호수 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한동훈 법무장관은 김어준과 황운하 두 사람을 대놓고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칭했다. 그들이 자신의 직업(방송인, 국회의원)을 방패삼아 상습적으로 음모론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한 장관의 이 말은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이태원 참사가 한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교통방송 진행자 김어준씨가 만들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질의했다. 한 장관이 이에 답하면서 “그런 음모론자들이 이런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공당이 가세해선 안된다”고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김어준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유 중 하나로 마약과의 전쟁을 꼽았다. 방송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줄곧 마약단속에 경찰력이 집중돼 현장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찰기동대가 투입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 법무장관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이 방송에 대담자로 출연해 김어준의 이 같은 음모론적 논리에 “그렇다. 서울경창철장, 용산경찰서장 위로는 경찰청장 이분들이 어디에 집중했느냐, 이때 용산에서 이번에 마약단속 성과를 많이 내보자(노렸을 것)”라고 맞장구를 쳤다.

김어준은 이태원 참사 이전부터 국민적 관심사마다 빠짐없이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영화, 방송,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쉼 없이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영화 ‘유령선’에서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주장했다. 이 영화는 세월호 선박항로를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누군가 빼내 중국으로 가 조작을 의뢰했고 조작된 데이터를 관제센터에 넣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승호 전 MBC 사장은 “세월호 AIS 테이터가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라는 것을 발견했으면 영화제작진이 그 데이터에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이나 기관에 왜 그런지 알아봤어야 한다”며 “만약 그런 취재를 했다면 데이터를 수신한 수신기가 중국 선전에 있는 회사 것이라서 그 회사 위치 데이터가 수신기의 초기 값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지 중국 선전에서 어떤 세력이 고의로 세월호 AIS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어준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특유의 음모론을 들이댔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생태탕 집 사장과 아들을 익명으로 출연시켜 오세훈 후보에게 ‘거짓말장이’ 프레임을 씌우려 했던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이 얘기도 증발됐다.  

김어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냄새가 난다”며 배후설을 주장했다. 그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백번, 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서 한 일”이라며 “나는 치매도, 바보도 아니다”고 밝혔다.

황운하는 청와대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금도 재판중이다. 그는 울산시장 선거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있으며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을 적극 수사해 김 시장에 불리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후보의 당선을 적극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의원은 그 보답으로 민주당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다고 전해진다. 

한동훈 장관이 이 두 사람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한 것은 위와 같은 화려한 전과(?)와 출신 배경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모욕’(민주당 입장)이라거나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황운하 입장) 따위는 아니다. ‘도둑’을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