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1] 조선 왕이 청색 옷을 실제로 입었는지는 알 수 없어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1] 조선 왕이 청색 옷을 실제로 입었는지는 알 수 없어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
  • 승인 2022.11.21 10:54
  • 호수 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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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훈상(靑衣纁裳)

청의(靑衣)-훈상(纁裳)도 현의(玄衣)-훈상(纁裳)과 같은 임금의 예복(면복(冕服) 또는 九章服(구장복)이다. 그런데 한국사에 기록된 복색 중에서 높은 직품(벼슬의 품계)의 색이 아닌 청색이 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임금의 예복으로 여러 번 기록되었을까? 

청의(靑衣)-훈상(纁裳)에 대한 기록은 ▷모든 행사에 임금의 면복(冕服)<고려사 의종조>, ▷명나라 태조가 하사한 면복<고려 공민왕 19년>, ▷태종 11년 명나라가 내려준 면복, ▷세종 오례의(五禮儀) 관면도(冠冕圖)<1403년 명나라가 내려준 제도에 근거>, ▷천추사가 올린 문견사건(聞見事件) 중의 면복<성종 8년>, ▷예조와 의례상정소에서 조사한 구장복(九章服: 상의에 5가지 무늬, 하의에 4가지 무늬의 예복)은 심청(深靑)곤복(袞服)-훈색(纁色)전후(前後)상(裳)<세종 8년>, ▷사은사 유수강이 칙서와 함께 가지고 온 면복<세종 26년>, ▷사은사가 북경에서 가지고 온 세자의 면복<문종 즉위년>, ▷중국사신이 가지고 온 면복<예종 1년> 등이다.

그 외에 태조-태종 때 원자는 세자로 책봉된 날로부터 비록 관례를 하지 않았어도 아청(鴉靑)곤룡포를 착용했다. 영조 즉위년 조서를 맞이할 때 아청(鴉靑) 곤룡포를 입는 일을 의논해서 정한 일이 있다.

고려 말과 조선 초기 국왕의 예복이 청의(靑衣)-훈상(纁裳)으로 여러 번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 입었는지는 알 수 없다. 태종 때부터 조선 국왕의 곤룡포는 모두 홍포(紅袍), 강사포(絳紗袍)였는데 오직 고종 9년(1872년)에 제작되었다고 하는 태조 어진(御眞: 임금초상화)만 청색 곤룡포인 것(홍색도 있다고 함)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알 수 없지만 한국사의 기록에 비추어 보면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 때문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종 27년 의정부에 뜻을 전하시기를, “시왕(時王)의 제도에 신하는 현색(玄色)‧황색(黃色)‧ 자색(紫色)을 입지 못하는데, 현(玄)은 곧 조색(皂色)이다. 황제의 곤복(袞服)은 현의(玄衣)-훈상(紅裳=纁裳)이고, 황태자의 곤복도 동일하며, 친왕(親王: 황제의 아들‧형제)의 곤복(袞服)은 청색(靑色)을 사용한다(親王袞服用靑色)” 

왕이 강색, 홍색 입은 기록 있어

전통적으로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위의 기록에서 보듯이 고려와 조선의 국왕은 황제와 같은 황색 곤룡포를 입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등급이 낮은 청색 옷을 입을 수도 없으니 강색(絳色), 홍색을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왕은 자황(柘黃)‧자황(赭黃)‧치황(梔黃) 상(緗)포(袍) 등의 황색을 입었던 왕도 있었지만 강사포(絳紗袍)를 입은 기록이 많다. 그러나 조선의 국왕이 황포(黃袍)를 입은 기록은 전혀 없다(대한제국 고종황제만 입었다).

그 대신 조선의 국왕은 모두 홍색(紅色) 곤룡포를 입었고, 조정신하의 복색은 태조-태종 때부터 정해진 규정이 없었는데, 성종 때에 홍색(紅色)으로 정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조선에 온 중국 사신이 조선은 임금과 신하가 같은 색의 옷을 입는다(君臣同服, 광해 2년)고 비웃었다는 기록도 있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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