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화 대한노인회 경북 김천시지회장 “냄새 나는 노인 아닌 향기 나는 노인으로… 노인회 위상 정립”
이부화 대한노인회 경북 김천시지회장 “냄새 나는 노인 아닌 향기 나는 노인으로… 노인회 위상 정립”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2.05 10:23
  • 호수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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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회장·사무장,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 사업계획서 마련… 내년에 가능

노인대학 정원 300명대로 道에서 가장 많아… 17년째 다니는 어르신도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노인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노인회 경북 김천시지회에서 실감했다. 지난 11월 말, 김천시지회에서 이뤄진 이부화(73) 김천시지회장과의 인터뷰에서다. 김천시지회는 지금까지는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 등에게 활동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3년 전인 2019년, 이 지회장은 회원들의 염원이기도 한 이 부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로부터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임기를 몇 달 앞두고 있는 지금, 그 공약은 어떻게 됐을까. 

이부화 지회장은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거짓말하는 셈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만의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타 지회 현황 자료를 첨부해 시에 전달해 내년에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예전처럼 지회가 소극적으로 운영된다면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들은 활동비를 받을 엄두도 못 냈을지 모른다. 이 지회장의 끈질긴 노력과 의지로 이 사업에 대한 희망의 불이 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어서도 공약 대부분을 실현하지 못한 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노인 단체 수장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김천시 인구는 14만여명, 노인인구는 3만3600여명이다. 1995년 1월, 금릉군지회와 통합한 김천시지회에는 22개 읍면 분회, 527개 경로당, 회원 2만여명이 있다. 이부화 지회장은 32년간 경찰공무원을 지냈다. 김천시지회 경로당 회장, 경로부장, 사무국장, 부회장을 거쳐 지난 2019년 4월 9대 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대통령 훈장서부터 최근의 김천시문화상(사회복지경제부문)수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을 수상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가 지회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경로당 회장들에게 5만원의 활동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장과 약속했다. 시 전체 예산으로 볼 때 크지 않은 액수라 충분히 가능하리라 봤다. 그런데 법에 맞지가 않는다는 문제가 생겼다. 타 지회의 현황을 조사하고 법적인 근거 등을 마련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지만 내년에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어떤 근거에서 가능한지.

“추진 근거는 보건복지 증진의 책임(노인복지법 제4조), 노인사회 참여지원(제23조)과 김천시지회 지원에 관한 조례에 있다. 경로당 회장을 경로당 행복·안전관리자로 위촉하고 6개월의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해 그에 따라 지급하게 된다.”

이부화 김천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편이 임덕수 사무국장.
이부화 김천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편이 임덕수 사무국장.

경로당 행복·안전관리자는 ▷안전사각지대 취약계층 어르신 발굴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경로당 운영 내실화 ▷경로당을 비롯한 마을 환경정화 및 공익활동 ▷경로당 이용 어르신 화합 및 건강관리 등의 일을 한다. 사업계획서에는 분회장 10만원, 사무장 7만원, 경로당 회장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지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간의 보람이라면.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가 정년퇴직해 한 해 쉬고 다음해인 2008년 1월 1일자로 노인회 경로부장으로 들어와 봉사한지 15년차이다. 역대 지회장님들이 하나같이 고령에 노인회장을 맡아하면서 많은 희생을 하셨다. 사무실 운영은 물론 직원 임금까지도 사비로 댈 만큼 여건이 열악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지자체 보조도 받고 지역의 가장 큰 단체로서 대우 받고 있다. 과거에는 노인회장이 외부행사에 초청 받아 참석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새해인사도 방문객을 앉은 자리에서 받는 식이었다. 제가 취임 후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모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서 노인회 위상이 확립됐고, 이제는 행사 주최 측마다 초청장을 보내온다.”

-노인회 위상이 확립된 셈이다.

“노인회장 자리는 지역에서 시장, 의장, 국회의원 그 다음이 아닌가. 우리 김천시에는 170개 단체가 있다. 행사장에 가면 주최 측에서 자리를 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내 자리를 찾아가 앉는다. 그렇게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는 ‘냄새(?) 나는 노인’이 아니고 ‘향기 나는 노인’이 됐다(웃음).” 

이 지회장은 “과거에는 (지회장이)분회에 잘 나가지 않았지만 저는 22개 분회 회의나 행사에 반드시 참석한다”며 “그런 자리를 통해 경로당 회장님들과 얼굴도 익히고, 현장의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 많은 경로당을 어떻게 관리하나.

“경로당 복지 향상을 위해 크게 경로당행복도우미 사업, 깔끄미 사업, 행복경로당 사업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 중 행복경로당 사업은 1억4000만원의 예산으로 경로당 2층에 반찬조리 시설을 갖추고 매주 200개 경로당에 밑반찬(4종)을 지원해주고 있다. 어르신들의 호응이 무척 좋다.”

-행복도우미는 타 시도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잘 알려진 복지사업인데.   

“경북도지사의 핵심 노인복지사업 중 하나로 32명의 40~60대 여성들로 구성된 행복도우미들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건강·여가·취미 프로그램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거나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어르신을 찾아내 돌보고 유관기관에 연계하는 서비스도 하고, 경로당 시설·장비 안전 점검과 회계 관리·운영 지원도 하고 있다. 2020년 평가에서 우수지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인일자리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올해 지회에서 500개를 맡아하고 있다. 최근에 업무협약을 맺고 새롭게 창출한 김천 부항댐 어르신 일자리는 참여노인에게 안정적인 소득원을 제공하고, ‘지역 농산물 팔아주기’로 농가소득도 올리고, 댐 주변 생활환경 개선에도 효과적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취업지원센터도 해마다 100명 전후의 어르신에게 취업 알선을 해주고 있다.”

-노인대학도 활성화됐다고.

“도에서 가장 많은 정원(300명 선)을 수용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좀 줄었지만 여전히 인기가 높다. 17년째 다니는 여성 어르신도 있다. 정원 초과로 입학이 안 된 어르신들이 한꺼번에 시청을 항의 방문한 것도 정원이 확대된 배경 중 하나다.”

-오랜 경찰관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고소·고발 등을 담당하는 조사계에 주로 있었다. 경찰서 출두장을 받으면 지레 겁이 나는 법이다. 그런 데다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추궁을 받으면 얼마나 무섭겠나. 되도록 편안한 마음에 조사를 받도록 노력했고, 고발장 작성을 모르면 대신 써주기도 했다. 한 번은 조사를 받고 나간 어르신이 길가에서 뜯은 나물을 비닐봉지에 담아 저에게 건네준 적이 있다. 즉석에서 나온 감사의 표시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웃음).”

이부화 김천시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이 변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나누고 베푸는 자세”라며 “저는 은행에서 만 원짜리 신권을 찾아 지갑에 넣고 다니며 기회 있을 때마다 꺼내 쓴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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