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생애 다룬 화제작 ‘탄생’…조선 최초 사제가 된 10대 소년 ‘안드레아’의 열정
김대건 신부 생애 다룬 화제작 ‘탄생’…조선 최초 사제가 된 10대 소년 ‘안드레아’의 열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2.12 14:15
  • 호수 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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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15세 때 신부가 되기로 결심해 결국 조선 최초의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기 직전까지 치열했던 10년간의 일대기를 그린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이번 작품은 15세 때 신부가 되기로 결심해 결국 조선 최초의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기 직전까지 치열했던 10년간의 일대기를 그린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1836년 마카오 신학교로 떠나 병오박해로 순교할 때까지의 일대기       

종교적 이야기 넘어 이상 실현 위해 헌신한 청년 통해 잔잔한 감동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837년 6월 7일 조선의 10대 소년 ‘안드레아’(김대건)는 낯선 이국땅 마카오에 도착한다. 당시 조선은 신해박해(1791), 신유박해(1801)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천주교 탄압이 극심하던 시기였다. 신학에 관심이 많았던 안드레아는 프랑스 출신 피에르 모방(1803~1839) 신부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성직자 양성 과정을 밟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기해박해(1839) 사건이 발생하며 조선으로 돌아오는 길 마저도 막힌다. 이 탄압을 뚫고 안드레아, 즉, 김대건 신부는 무사히 한반도를 밟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신부이자 모험가 그리고 뜨거웠던 청년 ‘김대건’의 치열했던 10년을 다룬 영화 ‘탄생’이 11월 30일 개봉했다. 이번 작품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해 제작된 영화로 평범한 소년에서 조선 최초의 사제가 된 후 순교하기까지의 일대기를 담아냈다.

이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조선 말은 세도정치로 민중들에게는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때였다. 그 안에서도 천주교인들은 모두가 평등한 새로운 사회와 근대화의 꿈을 꾸며 작은 공동체를 이뤄 살아간다. 집안 대대로 믿음을 가진 김대건은 조선인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모방 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김대건은 이국땅을 떠돌며 언어와 신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다. 호기심이 많고 습득력이 좋아 신문물도 빠르게 받아들인다. 또한 목숨을 건 모험에도 주저함이 없다. 마카오 유학부터 프랑스 극동함대 사령관 세실의 에리곤호 승선, 아편전쟁, 동서 만주를 통한 육상 입국로 개척, 백령도를 통한 해상 입국로 개척 등 3574일 동안 일어난 주요 모험을 담아낸다. 1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광활한 설원과 태풍이 휘몰아치는 망망대해, 야자수가 드리운 이국의 땅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남미를 비롯해 대다수 국가에서 천주교는 제국주의의 경로를 따라 전파됐다. 평화적 방식보다 총과 칼을 앞세운 정복자들에 의해 확산된 종교였다. 반면에 조선은 달랐다. 조선 중기 마테오 리치가 쓴 ‘천주실의(天主實義)’를 통해 학문으로 먼저 소개됐다. 강제로 이식된 것이 아니라 조선 내에서 자연스럽게 싹이 태동한 것이다. 알음알음 늘어난 조선의 신자들은 서양의 신부를 모셔오려 애썼고, 이어 김대건 신부라는 결실과 함께 조선의 천주교를 ‘탄생’시켰다.

이번 작품은 ‘성인’으로 추앙받는 신부 김대건만이 아니라 모두가 공정한 대우를 받는 세상을 꿈꾼 아름다운 청년 김대건의 삶도 함께 기록한다. ‘예수님도 아기였다네’라는 찬송가 가사처럼 김대건 신부 역시 순교 당시 25살에 불과한 ‘청년’이었다. 호기심 많은 청년 김대건이 신학을 공부하며 꿈꾸고 그렸던 조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펼쳐낸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김대건은 친구의 죽음 속에서도, 가족을 향한 그리움 속에서도 결코 공부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 시간은 괴롭고도 지난한 성장인 동시에 김대건의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이별하고, 헤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조선에 천주교를 뿌리내리려는 꿈을 저버리지 않았다.

알려졌다시피 김대건의 장대한 여정은 ‘순교’로 마무리된다. 세계를 넘나들며 고생한 김대건이 조선 땅에서 신부로 활동한 시기는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력과 헌신은 종교를 뛰어넘는 공감을 선사한다.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두려움에 맞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었던 한 젊은이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단연 돋보이는 건 김대건을 연기하며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윤시윤이다. 실존 인물이 겪었던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얼굴에 담아낸 그는 모든 것이 알고 싶은 호기심 많은 청년이 조선 최초의 신부로 성장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라틴어부터 불어, 영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의 대사도 전혀 어색함 없이 소화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밖에 배우 안성기, 윤경호, 최무성, 백지원, 차정화, 이준혁, 김강우, 정유미 등도 새로운 세상을 위해 김대건에게 힘을 보태고자 했던 조력자들로 분한다. ‘비정상회담’에서 활약한 로빈 데이아나 등의 외국인 배우들도 사실성을 부각하는데 힘을 보탠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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