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복용 후 혈압 낮아져도 임의 중단은 안돼
고혈압약 복용 후 혈압 낮아져도 임의 중단은 안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2.19 15:01
  • 호수 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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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와 관리 방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 환자 중 20%는 약 안 먹어도 될 만큼 개선되는 경우도 있어

생활습관 교정만으론 부족… 약 복용 병행하며 의사권고에 따라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온 김 모씨(57)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고혈압약을 한 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진료를 계속 미루고 있다. 그동안 고혈압약을 평생 복용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냥 미룰 수 없어 고민이다. 고혈압약은 정말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일까?

기대수명이 늘고,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남녀를 떠나 중장년이라면 하루 삼시세끼 챙겨 먹듯 약을 챙겨 먹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약을 잘 챙겨 먹던 사람들도 돌연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다 문득 약에 의지해 평생 살아야 하는 사실이 구슬프게 느껴지기도 하고, 약을 먹는 것이 정말 내 몸을 위하는 일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정확한 고혈압 진단 중요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조절해 혈압 상승에 의한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례처럼 고혈압약 복용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이 많다. 당장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도 약을 한 번 복용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혈압을 진단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병원에 왔을 때만 혈압이 높게 나타나는 ‘백의 고혈압’이나 혈압이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는 ‘가성 고혈압’은 아닌지 판단도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혈압이 높게 나왔다면 꼭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고, 고혈압으로 진단됐다면 증상이 없다고 간과하기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혈압약, 임의로 중단해선 안돼

위험인자가 없는 1기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150 mmHg, 이완기 혈압 90-99 mmHg)의 경우에는 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생활습관 조절 등을 먼저 해보고 혈압 조절 여부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비약물 치료만으로는 혈압 조절이 어려우므로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고혈압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고혈압이 심혈관 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혈압 수치에 비례하며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혈압약을 안 먹고 혈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절반의 환자는 그럴 수 있고, 또 절반의 환자는 그럴 수 없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대부분 약물치료를 하는 이유는 고혈압을 조절해야 하는데 고혈압 약제만큼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확실한 치료법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싱겁게 먹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혈압을 조절하는 효과는 분명히 나타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5㎜Hg의 혈압을 떨어뜨리는 정도다. 

이는 혈압약 반 알의 효과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고혈압 치료에 있어 고혈압 약제는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꾸준히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고혈압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3분의 2 정도는 약을 복용한 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지나면 처음 약을 먹기 시작한 때보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내려가 정상 혈압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때에는 최초에 사용하던 약의 용량보다 약을 줄일 수도 있다. 이중 약 30%의 환자는 약을 중단하고도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는데, 고혈압으로 인해 수축됐던 신체의 혈관들이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서 다시 확장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약 20%는 약제를 감량해 중단할 수도 있지만 80%의 환자는 자기 몸에 부족한 혈압 조절 능력을 약의 도움을 받아 유지해야 한다.

고혈압 약제의 개발 초기였던 1980년대 무렵에는 약제를 복용하다가 끊으면 오히려 원래 혈압보다 더 올라가는 반동현상(어떤 현상이 일시적으로 억제된 후에 그것의 빈도나 강도가 더 증가하는 것)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약제에서는 약을 먹다가 중지하더라도 2~4주에 걸쳐 원래의 혈압으로 돌아갈 뿐 혈압이 더 올라가는 반동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든 아니면 약을 줄이든, 중요한 것은 약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감량이다. 비만인 경우, 체중을 5~10% 감량하면 혈압약 반 알 정도를 먹었을 때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음식의 양을 조절하고, 육식 대신 채식을 주로 하고, 되도록 싱겁게 먹으며 지속적인 운동으로 뱃살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

김병규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아주 심한 비만이 고혈압의 원인인 사람이 생활습관 조절과 체중 감량을 성공적으로 해 혈압이 떨어지면 고혈압약을 끊을 수도 있다”며 “고혈압약을 복용하던 사람이 위암이나 장 수술 등 큰 수술을 받은 후 식사량이나 체중이 감소하면서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혈압약 복용으로 혈압이 정상범위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고혈압약을 임의로 중단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며, 나이가 들수록 혈압 수치는 올라가므로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혈압 조절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은 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생활습관을 바꿔 나가는 것이 혈압을, 그리고 건강을 잘 유지해 나가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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