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아동 성추행 버젓이 내보낸 공영방송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아동 성추행 버젓이 내보낸 공영방송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2.26 11:03
  • 호수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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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14년 개봉한 영화 ‘나이트 크롤러’는 특종이 될 만한 사건 현장만 취재해 방송사에 판매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이 점차 자극적인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악마에 가깝게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 호평받았다. 눈살을 찌푸리는 내용으로 시청률을 쫓는 TV방송과 황색저널리즘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나이트 크롤러’에 버금가는 방송내용을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맡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방영된 20회 방송에서 자녀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는 재혼 가정의 사연을 다뤘는데 초혼인 남편의 의붓딸을 향한 과도한 신체접촉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가 아직 7살에 불과하다지만 분명히 거부의사를 표시했고 성추행에 가까운 행동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해당 회차 시청률이 4.6%였던 것을 감안하면 250만명 가까운 우리나라 국민이 실시간으로 ‘아동 성폭력 영상’을 시청했던 것이다.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말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즉각 분개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련 민원만 2900여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한다. 경찰서에도 아동 학대와 성추행으로 관련 고발이 잇달았다. 이에 제작진은 전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경찰 수사를 피할 순 없었다. 경찰은 해당 방송 내용이 아동에 대한 성적학대로 의심된다고 판단, 향후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로 사건을 이송할 예정이다. 

남아공 출신 사진기자인 케빈 카터(1960~1994)는 1993년에 촬영한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굶주린 소녀와 마치 죽기만을 기다리며 소녀를 감시하는 독수리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전 세계에 기아(飢餓) 아동 문제와 아프리카의 식량난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여론이 뒤바뀐다. “허기진 아이를 구하지 않고 사진부터 찍을 생각을 한 것이냐”는 거센 비판에 내몰렸다. 또한 퓰리처상 역시 기본 윤리조차 고려하지 않는 상이라는 질책을 받았다. 케빈 카터는 퓰리처상 이듬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생활고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굶주리거나 상처를 입은 아이들, 권총을 마구 쏘는 미친 사람 등의 환상을 본다”는 유서를 통해 비윤리적인 사건 현장에서 받은 고통이 영향을 줬음을 시사했다. 

자극적인 방송은 제작하는 사람과 시청하는 사람 모두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공영방송은 ‘유튜브’가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지 시청률만 쫓아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모든 공영방송 제작진들이 기본 윤리의식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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