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그린 뮤지컬 ‘영웅’의 감동, 영화로 재현
안중근 그린 뮤지컬 ‘영웅’의 감동, 영화로 재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2.26 13:29
  • 호수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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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뮤지컬로 표현한 동명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으로 초연부터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 등이 출연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이번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뮤지컬로 표현한 동명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으로 초연부터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 등이 출연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국제시장’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 뮤지컬과는 또다른 몰입감

 초연부터 안중근 연기한 정성화, 첩보원 설희 맡은 김고은 등 호연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09년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웅’이 초연된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가 의병대장으로 활동하며 동지들을 잃고 느꼈을 실의와 아픔, 거사를 실행에 옮기기까지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뮤지컬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했고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뮤지컬로 녹여낸 안중근 의사의 감동 실화가 무대를 넘어 스크린으로 확대된다. 12월 14일 개봉한 영화 ‘영웅’은 뮤지컬 ‘영웅’에 영화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첫 ‘쌍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윤제균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기도 하다.

작품은 설원 위를 걷던 대한제국의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 분)이 동지들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년 전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분)와 가족들을 남겨둔 채 고향을 떠난 그는 일본군의 기습으로 인해 많은 동지들을 잃고 괴로워한다. 

조국의 미래를 위해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3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다짐한 안중근은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곳에서 오랜 동지인 ‘마두식’(조우진 분), ‘우덕순’(조재윤 분), ‘마진주’(박진주 분), 그리고 명사수 ‘조도선’(배정남 분) 등과 재회하고 거사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간다.

한편 명성황후(이일화 분)의 비극적인 마지막을 목격한 ‘설희’(김고은 분)는 목숨을 걸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그가 곧 러시아와의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첩보를 듣게 된다. 이 기밀은 안중근에게 전해지고 그 역시 하얼빈으로 향한다.

그리고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은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전쟁 포로가 아닌 살인 죄목으로, 조선이 아닌 일본 법정에 서게 된다. 이곳에서도 당당한 자세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누가 죄인인가”를 되묻는다.

이번 작품은 “절반의 익숙함과 절반의 새로움을 담았다”는 윤제균 감독의 말처럼 기존 뮤지컬의 서사와 음악을 바탕으로 새로운 노래를 추가하고 영화적 연출로 인물 묘사를 극대화했다. 

대표적으로 뮤지컬에서는 다소 빈약하게 느껴졌던 ‘설희’의 사연을 깊이 있게 묘사해 개연성을 높였다. 또 뮤지컬에서는 마두식과 마진주가 중국인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독립군 동지로 바꿔 보다 끈끈한 동지애를 표현했다.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인물들의 내면과 표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뮤지컬은 현장성은 뛰어나지만 상황과 감정에 맞는 배우들의 표정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 이번 작품은 영화적 기법인 클로즈업을 통해 배우들의 표정을 부각시켜 몰임감을 더했다.

뮤지컬 영화의 특성도 잘 살렸다. 사형장의 어두웠던 배경이 갑자기 밝게 전환되는 장면, 설희가 있던 밝은 무도회장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설희가 홀로 노래 부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뮤지컬 영화와 달리 이번 작품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마이크를 지우는 수고까지 해가며 촬영 현장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채택했다. ‘장부가’,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등 원작의 유명 음악부터 새롭게 추가된 노래까지 마치 무대에서 듣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가 안 의사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그냥 죽으라”는 편지 내용과 함께 홀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14년 간 안중근을 연기했던 정성화의 호연이 빛난다. ‘안중근 그 자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혼을 불어 넣은 연기로 극 전체를 이끈다. 김고은 역시 설희 역으로 분해 놀라운 가창력과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조우진,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 조연들도 영화 곳곳에서 감초 역할을 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힘을 보탠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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