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노인일자리 사업, 우리나라가 최고…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것”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노인일자리 사업, 우리나라가 최고…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것”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1.02 09:48
  • 호수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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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행복 위해 봉사하는 대한노인회에 항상 감사…앞으로 같이 더 고민해야

해안에서 드론 띄워 자살 막고, 커피찌꺼기로 벽돌 제조 등…새 일자리 창출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회원들이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노인일자리를 관리·운영하는 콘트롤 타워가 바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다. 김미곤(64)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2022년도 양질의 노인일자리 확대에 최선을 다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12월 21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서울지역본부에서 김 원장을 만나 새해 노인일자리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김미곤 원장은 “국회에서 공공형 노인일자리 6만1000개를 살렸다”며 “노인일자리가 줄었다고 우려했던 어르신들이 안심하셔도 된다”고 인터뷰 서두에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023년 공공형, 민간·사회서비형 등 노인일자리가 전년도의 84만5000개보다 2만3000개 준 82만2000개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어르신들의 관심사인 공공형이 6만1000개 줄어 어르신들의 불만이 높았는데 지난 12월 24일 국회에서 증액된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복원된 것이다.  

김미곤 원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복지정책 전문가로 중앙정부 복지정책과 사회보장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1988년부터 2020년까지 32년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기초보장실장, 연구기획조정실장, 부원장, 원장직무대리 등을 역임했다. 세종시 사회서비스원 원장을 거쳐 2021년 7월, 제7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에 취임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어떤 곳인가.

“어르신들의 활기차고 건강한 노인일자리를 개발하고, 일자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관련 사업을 연구하는 준정부기관이다.”

-2022년은 어떤 해였나.

“노인일자리에 관해선 다사다난한 해였다. 노인일자리는 2004년 2만5000개로 시작해 해마다 늘어나는 등 꾸준한 성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작년 말에 올해 어르신들의 공공형일자리 수가 준다고 발표돼 논란이 일었다. 국회에서 (일자리를)복원해 다행이다.”

-선진국에선 도로변 청소 같은 노인일자리가 없는 것 같다.

“노인일자리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체계적으로 잘 하는 나라가 없다고 자부한다. 사회복지연금이라든지 건강보험 등은 서구에서 개발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에 우리나라에 넘어온 것이지만 노인일자리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개발한 독창적인 노후복지이다. 전 세계 복지관련 기관 종사자나 학자들이 우리의 노인일자리를 벤치마킹하는 날이 올 것이다.”

-지자체 등과 노인일자리 관련한 협약식을 자주 하던데.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많이 했다. 오늘도 베스티안재단과 화상예방 안전교육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어떤 성격의 협약인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대기자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에 달한다.  많은 예산과 인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원활히 수행되기 위해선 갑질·성희롱 교육 등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층은 산업 현장에서 화상사고 빈도가 높다. 서울 등지에 화상전문병원을 운영 중인 재단과 함께 참여자를 대상으로 화상예방 안전교육을 공동 개발해 이를 교재와 교육동영상으로 제공하고, 화상예방 안전 전문강사도 양성할 계획이다.”

-노인일자리가 왜 필요한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노후 소득보장은 주로 공적연금, 기초연금, 노일일자리로 이루어진다. 그중 1988년에 만들어진 공적연금(국민연금)은 노인에게 거의 효과가 없다. 따라서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를 통해 노인빈곤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이중 노인일자리 사업은 소득 증가뿐만 아니라 노후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왼쪽)이 작년 말, 화상예방교육에 특화된 베스티안재단과 협약식을 맺었다. 일자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령층의 화상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왼쪽)이 작년 말, 화상예방교육에 특화된 베스티안재단과 협약식을 맺었다. 일자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령층의 화상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은 빈곤 완화, 건강, 심리·정서적 건강개선 효과 등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실업률을 약 3% 낮추고, 고용율을 약 2% 높이고, 빈곤율을 약 3%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참여자의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심리·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높여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동일 조건의 비참여자보다 의료비를 한달 7만여원, 연간 약 85만원 적게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원장은 이 부분과 관련해 “지난해 84만5000명이 노인일자리에 참여했으므로 연간 약 7200억원의 보건 의료비가 절감된 셈”이라며 “국민이 그 금액만큼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106세 최고령 어르신이 ‘노인일자리 하면서 나는 즐겁게 살아요’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정년퇴직 후 시니어인턴으로 일하는 분이 ‘노인일자리가 나의 일상을 지켜주었다’라고 말한 것도 잊히지 않는다.”

-새로운 노인일자리라면.

“환경도 챙기고 참여자의 소득 증가도 일어나는 일자리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안안전지킴이’라고 해서 참여자가 바닷가에서 드론을 띄워 자살하려는 자를 발견해내는가 하면 플라스틱 병뚜껑을 가지고 옷을 만들고, 커피찌꺼기로 벽돌, 화분 등을 만드는 사업에도 참여한다. 벽에서 은은한 커피향이 맡아지니 얼마나 좋은가.”

이밖에도 가스안전지킴이(한국가스안전공사 협력), 국민생활시설점검원(국토안전관리원 협력), 소비자안전 모니터요원(한국소비자원 협력), 수질안전관리원(전주시) 등 다양한 기관·단체와의 협업 아래 노인일자리가 추진되고 있다.

-공공형 일자리는 기초연금 수급자에게만 허용돼 불만이 나온다.

“27만원을 받는 공공형은 소득보전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자로 한정했다.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노인을 위해선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열려 있다.” 

-일자리 사업 전산업무시스템의 잦은 오류와 Q&A 코너 답변 지연 등의 개선을 지적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전산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예산 때문에 못하고 있고, 답변지연도 인력부족으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일해 본 기관 중 여기의 업무스트레스가 가장 높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배경은.

“일찍이 ‘빈민의 친구’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경제학 중에서도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 사회의 모든 문제가 소득·재산의 격차로 인해 발생한다.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해결책 중 하나인 소득 재분배에 천착했다.”

-작금의 노인사회를 어떻게 보나.

“저는 어르신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전에 행복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인간의 연령별 행복도를 보면 어릴 때는 높고 40대는 떨어지고 노인이 되면 다시 올라가는 유(U)자형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어릴 때만 높고 나이가 올라갈수록 계속 떨어진다. 우리는 노인의 자살률도 높고 빈곤율도 높다. 이런 국면이 우리 사회를 안 좋게 바꾼다.  젊은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노인을 보고 미래에 대해 불안한 생각을 갖지 않겠나. 노인이 행복해야 할 이유 중 하나이다.”

김미곤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한노인회가 어르신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하는 점에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한노인회나 저희가 어르신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드릴까,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곤 원장 프로필

▷1959년생 ▷건국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세종시사회서비스원 원장 ▷7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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