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후에도 증상 지속되는 코로나 후유증 ‘롱코비드’
완치 후에도 증상 지속되는 코로나 후유증 ‘롱코비드’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1.02 13:31
  • 호수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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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오인 쉬워... 기침·피로감 등 증상만 200여개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그림=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감염 후 최소 2개월간 증상 지속… 노인, 후유증 알아차리기 힘들어

병원들, 후유증 전문 클리닉 개소… 정부 차원 ‘롱코비드 치료 지침’ 나와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1. 직장인 김성진 씨(4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확진 판정을 받아 7일간 재택치료를 했다. 그러나 격리가 끝난 뒤에도 기침과 인후통은 계속됐고, 이 같은 증상은 한 달 이상 이어졌다. 김씨는 평소 지병 없이 건강하다고 자부해 왔지만 코로나19 감염 이후 쉽게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이유 없는 무기력함과 우울감도 찾아와 현재 대학병원에 있는 롱코비드 클리닉에서 치료 중이다.

#2. 지난해 코로나19에 확진됐던 박영란(63) 씨는 확진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기초 체온이 계속 올라가는 탓에 여름만 되면 뒤통수랑 가슴이 뜨거워지는 반면 배와 다리는 차가워진다. 또한 갑자기 두통과 안압통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안압통 때문에 시력 저하까지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는 지난 2019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3년 가까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6억5958만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669만명 이상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병원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건강을 되찾은 사람부터 격리 생활을 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사람들까지 수억명이 ‘21세기 흑사병’에서 회복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과연 코로나19 이전 삶의 질을 되찾았을까? 안타깝게도 ‘롱코비드’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롱코비드란?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감염 후 ‘설명할 수 없는 적어도 하나의 증상’의 후유증이 3개월 이내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되는 상태를 ‘롱코비드’(Long COVID)로 규정했다. 연구 대상 집단에 따라 코로나19 환자의 최소 10~20%에서 최대 60% 정도까지도 롱코비드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무증상·경증 코로나19 증상 환자의 후유증이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 증상을 겪은 1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격리기간 동안 코로나 증상을 겪은 131명 중 82명(55.8%)이 격리해제 3개월 후에도 후유증을 겪었다.

코로나19를 앓고 나면 환자가 가지고 있던 기저질환이 악화되기도 하고, 환자에 따라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광범위한 전신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롱코비드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몸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이 원인일 것이란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와 주로 폐 등 호흡기에 염증을 일으키지만, 고령자나 미접종자 등은 혈액을 통해 전신에 있는 여러 장기에까지 염증을 일으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 중 투여한 스테로이드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롱코비드의 증상

롱코비드를 판단하는 시점은 감염일로부터 4주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발열, 인후통, 기침, 콧물, 코막힘, 가래 등 증상이 나타나고, 보통 감염 후 3~4주가 지나면 증상이 개선된다. 그러나 4주가 지나고 나서도 코로나 증상이 계속되거나 4주가 지난 후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롱코비드’로 진단한다. 

국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후 4주 미만에서는 주로 호흡기 관련 증상이, 4주 이후 만성코로나 상태에서는 피로감, 주의력 저하, 우울, 시력 저하, 탈모, 성기능 장애 등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롱코비드는 코, 귀, 호흡기, 혈액, 심혈관, 정신적인 문제, 콩팥, 피부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데 코로나 확진자의 20~40%가 한 가지 이상의 롱코비드 증상을 경험한다.

특히 자신의 심신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보호자가 겪는 곤혹스러움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정모씨는 “노인들 중에선 자신의 상태를 일부러 숨기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소통이 어려운 분들도 많아 후유증을 알아차리는 게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를 앓았는지 모를 정도로 무증상이나 경미하게 지나간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흔한 롱코비드 증상인 피로와 무기력증은 일상적인 컨디션 난조와 오인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피로증후군은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으로,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는 심한 피로, 운동 후 권태감 등을 유발하는 복합적인 다기관 장애이자, 바이러스 감염 후 나타나기 쉬운 증상이다. 

롱코비드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바로 기침이다. 롱코비드로 인해 생긴 기침은 일반 만성 기침과 증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후두 내시경검사 등 진료를 해보면 대부분의 롱코비드 환자에서 후두염과 기관지염이 확인된다.

특히 후유증이 지속되는데도 이를 방치하면 폐 경화, 심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가령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숨쉬기가 어려운 경우 폐 섬유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무리한 활동을 하게 되면 급격한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신속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계, 롱코비드 클리닉 개소 

위와 같이 롱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자 의료기관 내에서도 후유증 관리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은 흉부 심전도검사, 흉부CT 촬영, 폐기능 검사, 혈액검사, 면역검사 등 정밀검사를 실시해 각 환자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은 국내 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운영에 돌입했다. 명지병원은 현재 코로나 후유증으로 찾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인과 진단을 위한 검사 중심의 진료 패턴과 격리 해제 후 증상에 대한 완화 및 치료에 초점을 맞춘 진료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은혜 명지병원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센터장은 “클리닉을 방문하는 많은 환자들이 자가격리 기간 중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해제 후까지 남아있는 증상에 대한 치료를 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아급성기(병의 진행 과정에서 급성기를 지난 시기) 질환 치료와 함께 전형적인 후유증 진료를 병행하는 듀얼트랙 진료시스템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순천향서울병원,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강남베드로병원, 세란병원, 부산성모병원, 효산의료재단 샘병원, 창원 파티마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연달아 후유증 클리닉을 개소했다.

하지만 아직 롱코비드에 대처할 수 있는 공인된 치료법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롱코비드 증상은 무려 200가지에 이를 정도이다 보니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누적 확진자가 2868만명을 넘어선 만큼 앞으로 롱코비드를 호소하는 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초기에 빠르게 치료해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서 증식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정부는 롱코비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위해 지난 8월부터 3년 동안 1만명을 추적 관찰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후유증 발생 양상을 분석하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기저질환 등 위험인자를 발굴하며 치료·관리를 위한 지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동안 많은 분이 코로나19 후유증을 경험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미흡했다”면서 “이에 정부는 대규모 조사를 통해 원인과 증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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