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경로당 화장실이 실외 재래식…농촌 경로당 상당수 불편한 시설 이용
아직도 경로당 화장실이 실외 재래식…농촌 경로당 상당수 불편한 시설 이용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09 08:57
  • 호수 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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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경로당 시설기준 탓에 농촌지역 일부 경로당이 낙후된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문제점이 많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한 농촌경로당 외부 화장실의 모습.
미흡한 경로당 시설기준 탓에 농촌지역 일부 경로당이 낙후된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문제점이 많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한 농촌경로당 외부 화장실의 모습.

지자체 재량에 맡겨… 낙상방지 매트까지 설치된 도시경로당과 대조적

노인회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등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 목소리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어느 농촌 주택의 간이창고로 보이는 건물은 놀랍게도 ‘화장실’이다. 심지어 양변기도 설치되지 않은 재래식 화장실로 여름에는 악취, 겨울에는 추위와 악전고투해야 한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이곳이 A경로당의 화장실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로당 위생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회원들의 고령화로 안전손잡이 등 설치가 필요하지만 언감생심이다. A경로당 회장은 “화장실이 너무 낙후돼서 회원들이 대부분 집에 가서 볼일을 보고 다시 온다”면서 “십수년 전부터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라고 하소연했다.   

미비한 경로당 시설기준으로 농촌 지역 일부 경로당이 화장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겨울에도 외부에 설치된 낙후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양변기가 없는 곳도 있어 노인복지법 시설기준 개정이 시급하다.

농촌 지역 경로당의 경우 지어진 지 40~50년된 노후화된 곳이 많다. 건축 당시만 해도 화장실을 외부에 설치하는 곳이 많았던 데다가 재래식으로 지어진 곳도 상당수였다. 이에 2000년대 들면서 지자체에서는 낙후된 화장실을 개보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화장실이 실내가 아닌 실외에 존재해 여름‧겨울철 이용에 애를 먹고 있다.

B지회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화장실을 개선해 재래식은 거의 사라졌지만 외부에 화장실이 있는 경로당이 많아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흡한 경로당 시설기준이 있다. 현재 경로당 시설기준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노인여가복지시설의 시설기준 등)에 규정돼 있다. 1998년 전부개정을 통해 처음 등장한 시설기준에는 거실 또는 휴게실, 화장실, 전기시설을 설치하도록 했고 거실 또는 휴게실은 20㎡ 이상으로, 화장실은 대변기 수의 3분의 1 이상을 좌식 양변기로 설치하도록 하는 설비기준도 만들었다. 

하지만 2002년 일부개정을 통해 돌연 화장실 설비기준을 삭제하고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만 남겨놓았다. 즉,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실외 재래식 화장실만 있어도 경로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화장실 환경 개선은 온전히 지자체의 재량에 달려 있다. 다행히 많은 지자체에서는 경로당 화장실 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끄럼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안전손잡이를 설치하며 낙상 예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설비기준이 허술해, 예산이 부족한 지역과 시설이 낙후된 일부 농촌경로당은 여전히 허름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경로당의 높아진 위상과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 화장실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로당 시설 및 설비기준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장실의 경우 양변기를 비롯해 세면대 등과 낙상 예방을 위한 시설 설치를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노인복지관처럼 ‘설비시설’을 보다 세분화해 ‘프로그램실’, ‘식당’, ‘부엌’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로당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이 프로그램과 식사이기 때문에 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 

또 각 설비시설의 기준도 20㎡ 이상 등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30~40명이 매일 찾는 만큼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충분한 공간 확보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노인복지관의 오락실에 컴퓨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식당은 반드시 좌식이 아닌 입식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 김포시, 충북 충주시 등이 지자체 지원으로 입식 조성에 나섰지만 그외 대부분 지역에서는 명확한 시설기준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좌식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함께 시행규칙 개정에 키를 쥔 복지부를 설득해 새로운 시설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은 “노인생활에서 경로당의 역할이 커졌지만 시설기준이 미흡해 지역 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부와 대한노인회, 노인복지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재 경로당 위상에 맞는 시설기준을 마련해 국회와 복지부에 전달해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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