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51] 남과 비교해 자랑하려고 하지 말라
[채근담 다시 읽기 51] 남과 비교해 자랑하려고 하지 말라
  • 백세시대
  • 승인 2023.01.09 09:30
  • 호수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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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비교해 자랑하려고 하지 말라

학(鶴)이 닭의 무리에 섞여 있으면 훨씬 뛰어나 짝이 없다고 하겠지만, 큰 바다의 붕새에 비하면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작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하늘을 나는 봉황의 짝이 되려하면 하도 드높아서 따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덕이 높은 사람은 항상 무(無)와 같고 허(虛)와 같으며, 덕이 풍부할지라도 자랑을 하지 않는다.

鶴立鷄羣, 可謂超然無侶矣, 然進而觀於大海之鵬. 

학립계군  가위초연무려의  연진이관어대해지붕

則渺然自小, 又進而求之九霄之鳳, 則巍乎莫及,

즉묘연자소  우진이구지구소지봉  즉외호막급  

所以至人常若無若虛, 而盛德多不矜不伐也.

소이지인상약무약허  이성덕다불긍불벌야

◆만해 강의

학이 닭의 무리 가운데 서 있으면, 그 긴 다리와 높은 목으로 인해 우뚝할 정도로 뛰어나게 커서 짝이 없지만, 그 학도 큰 바다에 있는 붕새(鵬鳥)와 견주어 보면 학은 비교도 안 되게 아주 작다. 

붕새란 〈장자(莊子)〉의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북해에 고기가 있으니 이름을 곤(鯤)이라 한다. 곤의 등은 길이가 몇 천리인지 알 수 없는데, 이것이 변하여 붕(鵬)이라는 새가 된다. 붕의 크기가 또한 몇 천리인지 모른다”고 한 새다. 

또 이 붕새도 더 나아가 넓은 하늘 위에 있는 봉황(鳳凰)과 비교한다면, 봉황이 너무 높이 날고 커서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인간의 일도 이와 같아서, 작은 것 아래에 더 작은 것이 있고, 큰 것 위에 더 큰 것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훌륭하고 높은 재덕과 학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만족해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궁극(窮極)의 도에 이른 사람은 항상 재덕이 전혀 없는 것 같고 마음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자아(自我)를 잊은 경지에 이르며, 덕이 높은 사람은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아니하고 재능을 뽐내지 아니하여 스스로 만족해하는 마음이 없다. 

◆한줄 생각

 군계일학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닭 무리들 가운데 한 마리의 학처럼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학이 탁월해 보이는 것은 닭 무리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큰 물로 가면 탁월함은 사라지고 모자람이 오히려 눈에 띌 수 있다.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많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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