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또다른 유형의 학폭 ‘사이버블링’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또다른 유형의 학폭 ‘사이버블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09 10:13
  • 호수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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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2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더 글로리’가 ‘재벌집 막내아들’이 빠진 자리를 꿰차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히트작 제조기인 김은숙 작가와 배우 송혜교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어린 시절 학교 폭력(이하 학폭)으로 고통받았던 피해자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가해자와 방관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18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1’도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 역시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이 타고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학폭에 대응하는 과정을 담으며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학폭은 대중문화계에선 흔하디 흔한 소재다.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이 등장한 이후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가 발표돼 왔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먹히는’ 소재가 될 수밖에 없는 건 아직까지도 학폭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는 학창시절 학폭의 현장을 경험했다. 가해자‧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목격자 혹은 방관자로 그 시절을 보냈다. 단 폭력의 양상은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시대적 배경인 1960년대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이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를 괴롭혔다. 

그러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집단이 특정 개인을 따돌리는 ‘왕따’ 현상이 등장한다. 과거와 달리 물리적 힘이 약하더라도 부모가 가진 재력 등을 활용해 패거리를 형성하고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을 정신적으로 괴롭힌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의 학폭과 차이가 있다.

그리고 2000년대 들면서 SNS가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확대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학폭이 ‘사이버블링’(Cyber Bullying)이다. 이메일이나 휴대폰, SNS 등을 활용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왕따’와 달리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라 고충이 더 크다. 피해자의 정서를 황폐화시키고,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학창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이다. 미래를 설계하며 건전한 자아를 만들 이 시기를 학폭에 시달린다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학폭을 소재로 한 작품이 공감을 받지 못해 외면받는 시기가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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