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5] 고려청자색은 ‘블루’가 아니라 장인이 창조한 비색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5] 고려청자색은 ‘블루’가 아니라 장인이 창조한 비색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1.16 10:39
  • 호수 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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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靑磁)

1950~60년대 청소년과 보통사람들은 고려청자를 직접 본 일이 없었다. 

필자도 청자는 청색(blue)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청자부(靑磁賦, 박종화‧1946년)와 같은 청자예찬 시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 시 중에는 청자를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 조각’에 비유한 구절도 있다. 

또 훨씬 후에 한국의 한 ‘영자(英字)신문’에서 고려청자가 ‘blue celadon’으로 영역된 기사를 본 일이 있었다. 이것은 아마 고려청자를 직접 본 경험이 없는 번역자가 글자로만 직역하였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훨씬 뒤에는 ‘unique green celadon’으로 영역되었는데 이것은 아마 청자를 직접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청자라고 부르는 것은 고려청자의 실제 색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그 탁월함을 예찬해서 부르는 말이다. 고려청자의 청색은 『고려도경』에 “도기(陶器)의 청(靑)색을 고려 사람은 비색(翡色)이라고 부른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청자색을 비취색 또는 옥색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비취색과 옥색은 물총새와 벽옥(碧玉)과 같은 자연물의 색을 차용한 색명이지만, 비색(翡色)은 자연에 없는 고려의 장인이 가마 속의 불의 조화로 창조해 낸 신비한 녹색이기 때문에 <고려청자비색>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Turkish Blue, Royal Blue 등도 같은 이치이다).

청색이든 녹색이든 우리나라 사람은 모두 푸르다고 말한다. 청색은 변하지 않는 늘 푸른 소나무와 홀로 꼿꼿한 청죽(靑竹)의 은유로 통한다. 그래서 청색은 한국인의 의식에는 깊게 자리하고 있는 색명이다. 

한국 시인들 파랑‧초록색 선호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의 시 속에서 가장 많은 색채어도 파랑과 초록이며, 남녀 대학생 500명에게 10분 동안 기술하게 한 색명 중에도 파랑과 초록이 많았으며, 한국인 가장 좋아하는 색도 파랑(87%)이었다(1999년 필자의 조사).

조선시대에 기록된 청자(靑磁)는 거의 모두 일본(유구)에서 바친 그릇, 화병, 주발(盆), 쟁반(盤), 대접(盃), 향로, 술 담는 그릇(酒海), 방울(鈸), 가래 뱉는 그릇(嗽器) 등으로서 일본 도자기 청색이다. 

◎사옹원에서는 사기그릇에 이르기까지, 대전(大殿)에는 백자기를 사용하고, 동궁(東宮)에서는 청자기(靑磁器)를 사용하는데 내자시와 내섬시처럼 예빈시가 쓰는 것이면 구례에 따라 청(靑)과 홍(紅)을 쓰고 (......), 사대부용은 항상 백기(白器)를 사용하도록 허락하라.<광해 8년> 

◎청자기에 대해서는 이전에 이미 훈계했었다. 근래 항상 사용하는 그릇은 회청(回靑)을 사용하니 개탄스럽다.<영조 30년> 

◎『조선왕조실록』에 고려청자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청색자기에 대해 훈계한 기록이 있고, 또 청색을 숭상하라는 명이 있었지만 그것은 조정신하 중에 공복으로 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영조 2년> 

청색(靑色)을 좋아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 때 백색(白色)과 함께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색으로 인식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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