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성범죄 피해자 9년새 2.5배로
고령층 성범죄 피해자 9년새 2.5배로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3.01.16 13:30
  • 호수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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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31명… 신고율 낮아 실제로는 더 많을 듯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김 모(64)씨는 지난해 말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갔다가 한 남자 동창생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 술을 마시던 동창생이 테이블 아래로 A씨의 신체를 만지고 성적 수치심이 드는 말을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A씨는 흥을 깨고 싶지 않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웃어넘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모욕감이 커졌다. 그는 “나중에라도 경찰에 신고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명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가운데 고령층 성범죄 피해자도 늘고 있다.

고령층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세대 특성상 신고를 꺼리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의 성별·연령별 범죄 통계를 보면, 2021년 61세 이상 여성 성범죄 피해자는 731명으로 전체(1만8000여명)의 3.9%를 차지했다. 9년 전인 2012년 61세 이상 성범죄 피해자는 297명이었다. 9년 새 약 2.5배로 증가한 셈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강제추행이 545건(74.5%)으로 가장 많았고 강간도 142건(19.4%)이나 됐다. 기타 성범죄가 26건(3.5%), 유사 강간이 18건(2.4%)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실제 피해 사례보다 적을 것이라고 본다. 고령층 특성상 성범죄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최근호에 실은 논문 ‘고령의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위한 형사 정책’에서 ▷피해를 알려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가해자와 경제적·정서적 의존 관계 ▷자신의 잘못으로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생각 등을 신고율이 낮은 원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낮은 신고율의 원인으로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성범죄 등 노인학대 신고 요건과 신고 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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